분류 전체보기 (481) 썸네일형 리스트형 축소되는 시대에도 피어나는 사랑, 이동호 갑작스럽게 터진 5000억 원짜리 ‘공익제보’로 지난 몇 주간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유전 발견 소식을 전했고, 곧 시추에 들어갈 것이라 했다. 실제 시추를 위한 예산 120억 원이 올해 편성됐고, 매년 1000억 원씩 5년간 총 5000억 원 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산유국이라니. 하지만 취재가 진행될수록, 유전 가능성의 근거가 터무니없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 글로벌 석유기업 우드 사이드가 15년간 한국석유공사와 ‘같은 곳’을 탐사한 결과, 석유가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지 불과 1개월 만에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전쟁을 선포한 카르텔. 그 추악한 녀석이 얼굴을 또다시 드러냈다. 국민의 최고 대표자의 공익제보가 아니었다면 세금 5000억 원을.. 비정상을 말하기-《이것도 제 삶입니다》를 읽고, 김혜진 이 책은 이름마저 생소한 ‘섭식장애’라는 질병과의 15년간의 분투기이다. 현재 30대인 지은이 박채영은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뿐, 학교에 다니지 않아 학력도, 별다른 자격증도 없다. 섭식장애를 다룬 다큐 영화 의 주인공이자 책의 저자로서 ‘섭식장애’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섭식장애는 거식증과 폭식증이 반복되며 소화기관과 몸의 여러 기능이 망가지고 심할 경우 생존도 위험해질 수 있는 질병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지만 이 책은 그 증상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묘사하지는 않는다. 대신 ‘증상은 한 인간이 가진 고통의 표현’이란 작가의 말처럼 그 고통이 어디에서 오는지 설명하기 위해 내밀한 삶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여성이자 노동운동가로 살며 충분한 보.. 대중이라는 종말, 이예이 ‘우리는 같습니다. 나도 당신 생각과 같습니다.’ 나는 은연중 이런 메시지를 던지며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고자 한다. 얼마 전 숲길을 산책하다 만난 이웃 어른과 대화를 나눌 때도 그랬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곳이고 언제나 그대로 있어 주길 바라는 장소다. 이웃은 그 숲에 있는 담배밭에 수레를 끌고 올랐다가 담뱃잎을 따서 내려온다. 한동안 매일 그랬다. 여름철이라 풀이 무릎까지 자란 데다가 울퉁불퉁한 흙길이라 젊은 내 몸으로도 수레를 끄는 게 쉽지 않은 곳이다. 나는 이 길에도 시멘트가 깔리면 좋겠다는 둥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이 대화를 두고두고 생각하게 됐다. 숲을 시멘트로 덮는 일을 ‘보통의 평범한’ 생각이라고 여긴 점과 상대방도 그런 말을 원할 거라 넘겨짚은 점이 그랬다. 평범함이란 대체 뭘까... 생을 바쳐 만든 결실<2 >, 조희주 질의응답 시간이 됐다. “아시아권, 한국에서 벼농사를 많이 짓게된 이유는 뭘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이어졌다. 벼의 원산지는 인도이다. 전세계의 40%가 벼의 열매인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 벼농사를 짓게 된 건 아마 다분히 생태지리적으로 기후에 가장 적합한 식량 작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했으면 출판기념회에 걸맞는 의젓한 답이 될 수 있었을 테지만 쌀중심주의자, 논농사온정주의자다운 사담이 이어졌다.“한국인이 정이 많은 이유를 아시나요?” 논농사는 물길을 공유해야 하는 특성상 같은 대지 안에 농지를 소유한 사람들은 수시로 소통해야 했다. 거기에 더해 홀로 진행할 수 없는 고된 일은 ‘두레’라는 문화를 통해 유지됐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해서 지을 수밖에 없는 농사. 그게 오지.. 생을 바쳐 만든 결실 <1 >, 조희주 모. 평평하게 다져진 땅 위에 가느다란 줄기를 가진 식물이 심긴 것 같아 보이는 글씨다. 모모모. 일정한 간격에 맞춰 심기고 있다. 모모모모모. 어린 벼가 축축한 흙에 줄지어 서서 뿌리 내리기 시작한다.(, 밤코 작가, 향출판사, 2019)논에 물이 들어찬다. 논에 물을 대는 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아직 모가 심기지 않아 잔잔한 물결이 이는 논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를 떠올리게 한다. 밤이면 달빛을 고요하게 끌어안던 빈 논의 주변이 동트는 새벽부터 어수선해진다. 논둑을 깎는 예초기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던 날이 지난다. 주황색 논장화를 무릎 위까지 끌어 올려 신은 노인이 아침, 저녁 구부정한 몸으로 논길을 오가던 날이 지난다. 장화에 갇힌 발에서 땀이 난다. 짧아진 옷에 드러난 손등과 팔뚝이 볕에.. 건축가의 시선으로 홍성을 바라본다, 노승희 《다시, 관계의 집으로》를 읽으며 저자 최우용 건축가의 시선을 빌려 국내외 20여 곳의 건축을 살펴보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의 시선에는 작은 것들과 사물의 이면을 살펴보는 따스함이 있었고 건축물의 시간과 공간이 가진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건축물의 시간에 따라 시대를 오가는 역사의 장면들이 펼쳐졌고, 그곳에 그런 모습의 건축물이 세워지게 된 연유를 담은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그의 시선을 빌려 홍성을 바라본다. 서울에 사는 친구가 아버지와 함께 내가 살고 있는 홍성에 처음으로 놀러왔다. 고향인 대구를 떠나 서울 잠실에 살고 있는 친구와 아버지는 홍성의 야트막한 산자락, 이제 막 모내기가 끝난 논과 잔잔한 밭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처음 와본 충청도의 지형을 신기해하며 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고령화 농촌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이동호 봄에 나는 새순 대부분은 먹어도 된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봄은 짧아졌지만 농촌에 와 작은 땅을 일구고 이곳을 알아갈수록 봄이 길어진다. 두릅에서 시작한 나무순은 오가피, 화살나무, 찔레로 이어지고, 냉이에서 시작한 봄나물은 달래, 머위, 원추리로 이어진다. 데치고, 튀기고, 싸 먹고 무쳐 먹는다. 이 나물에는 소금 간이 어울릴까요? 된장으로 무치는 게 어울릴까요? 이웃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마을 어른들은 나물의 가장 맛있는 때와 조리법을 알고 있는 척척박사다.‘나물’은 한반도의 독특한 문화다. 우리는 산천에 자라는 거의 모든 식물을, 그 식물 대부분의 부위를 각각의 방식으로 먹는다. 식물에 있는 각종 독을 없애는 방법을 선조들은 어떻게 발견했을까. 대단하다. 건강과 환경 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채식을 우리.. “쓸모없는 당신을 축하합니다”, 김혜진 기후위기 시대다. 사과꽃이 피지 않아 내년에도 사과를 마음껏 먹을 수 없을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사과꽃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도 장래에 대한 희망을 피워내기 어려운 시대다. 바다에는 방사능이, 먹거리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과 안녕을 위협한다. 아이부터 청년까지 미래에 대한 설렘과 희망보다는 막막함과 공포감이 모두의 가슴 속에 스산하게 드리운 시대다. 과연 누가,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그러나 이 때야 말로 인간의 삶이란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때이지 않은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 낭떠러지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하게도 아이들조차 이미 똑부러지게 소득을 따져가며 장래희망을 고른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쭉 생산성이 높은, 경쟁력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 지역을 바꾸는 글쓰기-《서사의 위기》를 읽고, 이예이 두 달 전부터 ‘지역을 바꾸는 녹색문고’라는 모임에 나가고 있다. 책을 읽고 그에 관한 글을 쓰는 서평 모임이다. 읽기, 쓰기를 꾸준히 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는데, 참여 문의를 하기까지는 꽤 오래 주저했다. 지역을 ‘바꾸는’ 읽기와 쓰기를 지향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지역 혹은 그 속의 나를 성찰하는 시도는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어려울 것 같았다. ‘그냥’ 서평 모임이면 주저 없이 참가했을 텐데 망설이게 됐다. 그런데 ‘지역에 대한 글쓰기’와 ‘그냥 글쓰기’의 차이는 뭘까? 이런 구분이 문득 모호하고 낯설게 느껴졌다.이번에 소개할 책 《서사의 위기》는 인식 체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책이다. 이때 서사는 근대 이전의 자아개념 그리고 정치적 행동의 원천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이 책을 거칠게 요.. 경계를 넘어서는 ‘부모-되기’, 노승희 부모들은 모두 다르다. 나의 부모, 친구들의 부모, 짝꿍의 부모, 이제는 부모가 된 친구들까지 하나같이 자식을 목숨만큼 끔찍이 여기면서도 사랑하는 방식, 가르치는 방식은 다양하다. 발도르프학교 교사로 지내며 3년 동안 만나온 학부모님들의 모습은 유독 별나다. 아이들의 교육 하나만을 위해 학교를 만드는 결심을 하고 때 묻은 농가주택과 폐원한 어린이집을 뜯고 고쳐서 학교 건물을 만들어내기까지 부모님들이 들인 수고와 노력은 말로 할 수 없이 크다. 불가능할 줄 알았던 일들을 해내시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시지?’ 입이 떡 벌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부모가 되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발도르프 학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며 ‘부모-되기’가 높고 가파른 에베레스트 등정처럼 느껴지면.. 이전 1 ··· 3 4 5 6 7 8 9 ··· 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