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라 하면 아직은 낯선 개념이지만, 한편으론 공중파 티비에도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인기리에 활동하는 시대다. 이에 따라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거부감과 혐오감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의 존재를 수용하고 이해해 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들을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북을 소개한다. 뉴욕주 로체스터시의 성소수자 지원단체에서 활동하는 지니 게인스버그의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이다.
지난해에 30개국에 걸쳐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보수적인 편이지만 십 년 전에 비해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트렌스젠더가 얼마나 차별받나 하는 질문에 70%가 크게 차별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응답도 70%에 달한 것으로 보아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 18일, 대법원이 사실혼 동성 부부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분명히 변하고 있는 시대에 맞춰, 동료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는 이 시대의 필수 교양서가 될 수 있겠다.
‘앨라이’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특정 소수자 집단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을 뜻한다. 저자는 책에서 ‘앨라이’ 정체성을 가지고 성소수자들과 그들을 배척하는 사회의 다리가 되어 이해를 증진하는 자신의 활동을 소개한다. 그리고 성소수자를 대하는 에티켓들,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들, 올바른 대화 기술, 의료 서비스 공간이나 화장실 등을 더욱 포용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메뉴얼,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나 자신을 돌보는 법 등을 알려준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듯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사람들에게도,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건 바로 존중에 기반한 대화 방법이라고 여러 번 강조한다. 다짜고짜 혐오감을 표현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을 대번에 인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람을 포함해, 앨라이가 되고자 노력하지만 자주 실수하기도 하는 자기 자신에게도 늘 너그럽게 대하자고 몇 번이고 당부한다. 이러한 유연하고 사려깊은 태도 자체가 바로 다양성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목숨을 위협받고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손주들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다 ‘앨라이’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가 성소수자이거나 아니면 가족들 중에 성소수자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앨라이의 중요한 역할이 여기에 있다. 가족이나 친구의 문제가 아닌데도 관심을 갖고 지지하는 것만으로 성소수자 투쟁의 가치는 승인된다. 또한 앨라이의 존재가 있어 당사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권력 시스템이나 커뮤니티들에 접근성을 획득하기도 한다.
저자는 실제로 매우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성소수자 당사자가, 힘들 때마다 어떤 공간에 붙어 있는 성소수자 투쟁, 자긍심을 상징하는 무지개 스티커 앞에 와서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얻어 갔다는 사례를 들려준다. 환대하는 사람이, 환대하는 공간이 여기에 있다고 알려주고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이제 성소수자들도 꽤 살 만하지 않나요? 왜 퀴어 퍼레이드는 있는데 이성애자 자긍심 행진은 없는 거죠?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에 꼭 집착해야 하나요? 이러한 의문이 든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라. 또는 어떤 강요나 압도하는 느낌 없이 타인과 대화하고 그들에게 누군가의 진정성 있고 자긍심 넘치는 삶을 지지한다는 만족감을 갖게 돕고 싶다면, 그러니까 꽤 괜찮은 앨라이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참고하시라. 부드럽고 유머넘치는 저자에게서 더 존중하고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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