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를 볼 때마다 짝꿍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나조차도 무조건 응원하게 되는 축구팀이 있다. 바로 홍동면의 여자축구팀 반반FC이다.
반반FC에서는 내가 아는 여자들이 축구를 한다. ‘어? 이 분도? 와, 이 친구도 반반FC에서 축구를 하네.’ 반반FC 팀원들에게 생각지 못한 반전 이미지를 느끼면서 어느새 마음 속에 호기심과 관심, 응원의 마음이 솟구친다. 몇 차례 반반FC에서 같이 뛰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어.. 내가?’ 용기내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도착한 책 《시골, 여자, 축구》. 프리미어리그를 즐겨보는 축구팬이자 글 쓰는 걸 즐기던 노해원 작가는 용기내어 반반FC의 주장이 돼 직접 축구인이 됐고,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축구와 글쓰기를 엮어 《시골, 여자, 축구》를 펴냈다. 이 책은 진심을 담은 취미가 자신만의 작업이 되는 한 개인의 성장기이면서, 반반FC의 성장기, 홍동면을 넘어 우리 지역의 성장기이다.
홍동면은 온갖 지역공동체 연구의 대상지가 되곤 한다. 학술연구정보서비스 RISS에서 ‘홍동’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약 59건의 결과가 나온다. 유기농업, 대안교육, 지역 화폐, 협동조합 등의 요소들로 연구하고 배울 점이 많아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지내다 가곤 했다. 나 또한 생태마을을 연구하던 대학생 때 홍동면에 처음 방문한 인연이 이어져 2018년에 홍동면으로 귀촌한 경우이다.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연구자로서 지역을 ‘관찰’하던 때와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곤 한다. 연구자들의 연구주제에 해당하는 키워드 외에도 여느 사람 사는 곳처럼 이 지역에는 복잡다단한 역사와 관계, 생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살지 않는 사람의 관찰과 사는 사람의 생활, 둘 중에 어느 하나만을 진짜라고 꼽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을 ‘관찰’하는 연구자들의 기록에 비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록은 아직 그 수가 부족하고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홍동면에 살면서 축구를 통해 지역을 이야기하는 노해원 작가의 《시골, 여자, 축구》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지역의 서사가 담긴 책. 지역 사람들이 모두 기다려왔을 것이다. 외부인의 눈에서가 아닌 우리 사는 얘기가 소소하게 담긴 그런 책 말이다. 《그녀들의 홍동 이야기: 홍동 허스토리(HongDong Herstory)》가 그러했고, 《풀무의 삶과 배움》 책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 속에는 어떤 연구주제로도 담지 못하는 끈끈하면서도 느슨하고,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주고 받는 관계가 존재한다.
‘친구들의 능력을 열렬히 시기하고 뜨겁게 동경하고 묵직하게 존경하고, 결국에는 사랑으로 지지하며 금일봉을 바칩니다. 뒤풀이에 잘 쓰시길 바랍니다.’
시합을 마친 반반FC에게 금일봉 봉투를 건내며 전(前) 반반FC, 현(現) 응원하는 마을주민인 한 분이 남긴 메시지다. 솔직한 감정을 나누고 있는 마을 속의 이 아름다운 관계가 글로 쓰여져 기록됐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 책은 경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가 반반FC에서 축구를 처음 뛰는 아이 셋의 엄마이기에 여성과 엄마의 경계를 넘어선 것만이 아니다. 책 속에서 반반FC 팀원과 팀원이 아닌 응원하는 마을 주민들의 경계는 사라지며 어느새 한마음으로 같이 뛰고 있다. 책 속에서 도시와 시골의 경계는 사라진다. 축구에 진심이고 또 그 진심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축구할 사람 없어 보이는 시골에서도 펼쳐진다. 제목 《시골, 여자, 축구》의 모든 단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책과 이 책의 작가, 모든 등장인물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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