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당당] 변화를위한서평단 (2023~매주 서평 홍주일보 연재)

새와 소음, 이예이 2026.06.25

지난봄에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마당에 있는 조그만 텃밭을 삽으로 뒤집고 있는데 새 한 마리가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흙 위로 드러난, 내 눈엔 보이지도 않는 곤충이나 미생물들에 정신이 팔린 것 같긴 했지만, 어쨌든 인간에 대한 위험 경보를 잠깐 꺼둔 듯 보여 흥미로웠다. 찾아보니 새 이름은 ‘되지빠귀’였다. 전체적으로 회갈색이지만, 가슴 부근에만 주황색 털이 난 작고 귀여운 새였다. 이렇게 목이나 가슴에만 포인트가 되는 밝은 털을 지닌 새들이 많이 있는데 《새의 언어》를 쓴 엘렌 시블리에 따르면, 노래하는 자신의 존재를 뽐내기 위해 목을 들거나 가슴을 부풀려 “밝은 부분을 번뜩”(274쪽)이기 위해서다. 

인간이 새에 쉽게 마음을 뺏기는 이유는 뭘까. 동물행동학자 이원영의 말처럼 인간이 “새에게 끌리는 데에는 (...) 본질적인 이유”가, “새들의 다양성과 우아한 몸동작, 즉 아름다움 그 자체”에 있는지도 모른다.(5쪽) 인간은 심지어 그들을 흉내 내고 싶어 한다. 대금과 플루트는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발달한 악기지만, 둘 다 꾀꼬리나 종달새 소리를 모사하는 악기다. ‘기닥’이나 ‘루’ 같은 동양의 잔가락 기법도 그렇지만, 서양의 ‘트릴’ 역시 정교하게 새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발달한 기술들이다. 누구나 새를 향해 호기심이든 경이로움이든 어느 정도의 애정을 지니고 있다. 열성적으로 탐조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인간과의 공존에서 새들이 겪을 괴로움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배려심도 부족하다. 

《새의 언어》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윌북/ 2021년 4월/ 24,800원

 

 

비둘기처럼 천덕꾸리기 취급 받는 ‘적응’은 예외로 하고, 농업이 쇠퇴하거나 산업화될수록 주변 새들의 서식지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새들의 개체수 체계는 굉장히 취약해 아주 사소한 방해만으로도 개체수가 달라지기 때문에(309~312쪽), 새에게 있어 환경 변화는 그 어떤 것도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선 데이터센터 주변의 저주파 소음을 쟁점으로 건립 지연 혹은 무산을 요구하는 주민 집단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저주파 소음은 인간의 가청 범위 아래에 있어 피해 입증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애리조나주 챈들러 지역 주민들처럼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막아보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과 귀마개를 사용하며 생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규모 그래픽 장치인 GPU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24시간 돌아가는 냉각 설비가 소음의 주된 이유고,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경우 추가로 가동하는 디젤 발전기, 천연가스 터빈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심각한 문제다. 

얼마 전 마을에서 진행한 ‘탈송전탑 낭독회’에서도 송전탑에서 발생하는 ‘웅-웅-’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와 인근 주민들이 괴로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들보다 청력이 좋은 새들에게 이 웅웅거림은 어떤 소리로 들릴까. 인간의 귀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칠판을 손톱으로 긁을 때처럼 소름 끼치는 일일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산업화한 세상은 저주파 소음으로 가득하다. 새들에게 소리는 무척 중요한 소통 수단이므로, 다른 소음이 더해지면 큰 영향을 받는다. (...)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둥지를 짓지 않으려 한다. 시끄러운 장소에 사는 새들은 자신의 노랫소리를 더 높은 음역대로 바꾸는 중인데, 그렇게 하면 낮은 음역대의 소음과 자신의 소리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새들이 소음을 뚫고 의사를 좀 더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적응한 결과 실제로 노랫소리가 바뀌고 있는지, 아니면 새들이 (...) 그저 ‘고함’을 지르며 애쓰는 것인지는 분명히 알 수 없다.”(297쪽)

책에는 홍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이 다종 등장한다. 지면이 아닌 물속에서 첫 날갯짓을 하는 청둥오리(79쪽), 수면에 작은 깃털을 두거나 벌레가 수면에 일으키는 파문을 흉내 내 낚시하는 왜가리나 백로(111쪽), 포식자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가짜 경보를 울려 곧잘 “어지럽게 빙빙 도는 종잡을 수 없는” 군체 비행을 하는 도요새(126쪽), 자신은 사람들이 먹다 남긴 패스트푸드를 먹을지언정 새끼들에게는 게나 물고기 등 자연식을 먹이는 갈매기의 모성(132쪽), 고개를 숙이고 앉아 가만히 바람이 수그러지길 기다리는, 안쓰러운 동시에 어딘가 성스러운 갈매기의 폭풍을 이겨내는 전략(133쪽) 등 우리 주변 새들의 생활상은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 재밌고, 읽고 있다 보면 어느새 애정이 자라 그들의 안전을 바라게 된다.  

충남과 호남은 서산 천수만부터 서천 금강하구둑, 전남 순천만, 해남 고천암호 등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월동지이다. 동시에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이고, 총 13곳의 데이터센터가 건립 예정이거나, 착공 혹은 사업에 착수한 지역들이다. 새는 “환경이나 상황 등 여러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언제 어디에 둥지를 틀지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친다.”(15쪽) 

새들은 떠나거나, ‘고함’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간인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AI시대’를 고찰해봐야 할 또 다른 이유다. 인공지능 언어를 배우는 일보다 《새의 언어》를 배우는 게 시급한 문제라 한대도 그리 엉뚱한 소리는 아닐 것이다. 

 

https://www.hj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133

 

새와 소음 - 홍주일보

지난봄에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마당에 있는 조그만 텃밭을 삽으로 뒤집고 있는데 새 한 마리가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흙 위로 드러난, 내 눈엔 보이지도 않는 곤충이나 미생물들에 정신이 팔

www.hjn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