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가 한창이다. 논 주인들은 아침저녁 논물을 대느라 이리저리 분주하고, 온 동네 트랙터는 저마다 왕왕거리며 땅을 갈고 써레질을 한다. 트럭들은 이앙기나 모판을 싣고 마을을 누빈다.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 이앙기가 논을 가로지른다. 모내기 철이 매년 더워져 왔는데, 올해는 5월 중순부터 낮 기온 30도를 넘었다. 온열질환 사망자가 지난해보다 33일 빠르게 발생했다. 올해는 특히 슈퍼 엘니뇨까지 겹쳐 역대급을 넘어선 폭염이 예고된다. 그러나 세상의 더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탄소중립법 개정 실패가 아닌 반도체 호황과 코스피(종합주가지수) 소식이다.
국민 1455만 명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618만 명에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주식 뉴스가 뉴스의 한 꼭지가 됐다. 지금 시대에 주식을 안 하면 바보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경제 공부 겸 중학생 자녀에게 주식 투자를 시킨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식이 괜찮은 자산이 되면 부동산에 쏠린 투기열을 식혀줄 것이라 말했다.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을 개선했고, 운 좋게 반도체 호황을 맞았다. 그 덕에 정부 출범 일 년이 안 되어 코스피가 2700에서 8000을 돌파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연구 ‘우리나라 주식 자산 효과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주식에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은 부동산으로 유입됐다. 주가로 발생한 수익이 경제 활성화에 쓰이지 못하고 다시금 자산 격차를 강화하는 데 쓰인 것이다. 주식 시장에 들어간 사람들도 초기 자금 차이로 벌어지는 괴리와 뒤늦게 시작했다는 상대적 박탈감 속을 살아간다. 어떤 이는 코인 같은 아직 미개척 상품을 찾아 나선다. 우리 국민은 왜 본업이 아닌 재테크에 집중하게 됐을까?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대를, 그에 따른 불안을 말한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온다 하더라도 없어지지 않을 일자리는 있다. 사람들이 선뜻 선택하지 않기에 비정규직으로, 외국인으로까지 내려가는 일. 바로 기피 업종으로 분류되는 일들이다.
사회학자 유승호가 지적했듯, 우리 사회는 ‘서열중독’ 현상이 강하다. 노동의 서열화가 고착된 지 오래다. 우리는 땀 흘려 일하는 것을 인류가 극복해야 할 유물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책 《인생 여전, 육체노동과 글쓰기로 바라본 삶과 세상》은 사라지지 않을 일터에서 일용직, 계약직으로 살아온 저자 자신의 이야기다. 주변 인물들도 이 계통의 고인 물이거나 외국인이다. 책에 나오는 일터들은 우리 사회가 차질 없이 운영되도록 떠받치는 곳이다. 하지만 목소리 없는 이들. 이들은 주로 임금을 떼이거나 신체 일부를 잃는다. 여전히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인 삶. 책의 제목이 ‘인생 역전’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저자는 하청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버튼맨이 되거나, 때로는 묘지관리인, 어느 날은 밤 11시까지 택배 배달을 한다. 선박의 마감일을 지키기 위해 불꽃 튀는 용접기 옆으로 페인트를 칠하기도 한다. 국내 주식 시장을 이끄는 조선주. 이것을 떠받치는 것은 조선소마다 100개가 넘는 하청업체들. 세계 제일의 조선 국가라지만 실적과 생산량 압박으로 안전은 뒤처진다.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하는 일, 공장에서 기름을 묻히는 일, 그러니까 땀 흘리는 일, 햇볕에 그을리는 육체노동은 저급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계급이 ‘현재’에 융착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고향을 떠나고, 주말에도 학원에 간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동 기피의 풍조는 어디에서 출발할까? 우리 자녀는 절대로 나처럼 노동일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부모님들의 저 강한 집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노동 그 자체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바로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감의 파괴에서 나온다.”(116쪽)
주식을 갖는 것을, 누군가는 기업의 동업자가 되는 일이라고 했다. 주식은 기업의 성과를 나눠 받기 위해 자금을 대는 것일 뿐이다. 그 성과에 윤리는 기대할 수 없다. 기업의 성과 중심주의로 만들어진 하청의 재하청 구조, 노동유연성. 이로 인한 사망사고와 부실 공사. 주식투자로는 산업재해 사망률 OECD 1위를 고칠 수 없다. 우리는 주주 이전에 1500만 명의 노동자이고, 우리의 “노동으로 세상이 운영되며, 우리의 손으로 사회의 부유함”을 만들어간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인생을 살면서 뭔가 대단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대단한 착각이다. 직업을 갖고 노동하며 독립한 개체로 생존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 없다. … 인생이 그렇게 꼭 무슨 역전 같은 것을 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인생은 여전할 때도 마찬가지로 행복한 거 아니냔 말이다. 죽거나 다치지 않고 오늘의 일상이 무난히 진행되는 것. 그것 또한 지극한 행복이다.”(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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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를 육체노동으로 바라본 세상 - 홍주일보
모내기가 한창이다. 논 주인들은 아침저녁 논물을 대느라 이리저리 분주하고, 온 동네 트랙터는 저마다 왕왕거리며 땅을 갈고 써레질을 한다. 트럭들은 이앙기나 모판을 싣고 마을을 누빈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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