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홍성녹색당 논평, 칼럼

송전탑 반대 주민 릴레이 기고 3. ‘송전탑 삼천리’ 전동찬/ 홍성신문 2026.03.30


한전에서 이번에 추진하는 송전탑과 선로 설치는, 345KV 초고압송전탑들을 500m 간격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이 선로는 호남지방으로부터 시작해서 충남을 거쳐, 용인 반도체 산단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송전탑의 높이는 50m가 된다고 한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는 도대체 어디다 갖다 버린 결정이란 말인가? 가뜩이나 인구가 적은 시골에, 송전탑을 세운다면 과연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 와서 살려고 할까? 지방을 살려야 한다면서, 지방을 더더욱 가기 싫은 곳으로 만드는 건 무슨 발상인가?

송전탑이 건설되고 나면, 그 지방민들은 이주하고 싶어도 땅이 팔리지 않아서 이주하지 못하게 된다. 이건 즉 그 자리에서, 송전탑과 함께 ‘삭아가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이번 공사는 초고압 송전탑들을 1153km로 짓는 대공사다. 그런데, 이런 대공사를 하면서 주민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히 주민들의 의사를 듣고 회의를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이번 결정에서 우리들, 주민들의 의사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그러면 시골에 사는 우리는, 국민이 아닌 다른 무언가라는 소리인가?

이 생각에 닿자, 어떤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지금껏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말한 ‘국민’이란, 대기업과 그 주변을 이루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라고. 그때는 작가의 성향이 거칠어서 그런 말을 한 거였겠거니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표현이 단순히 과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한 현실이 다가온다.

이런 식으로 지방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행태는 결국 지방 소멸을 더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특히 농촌이 무너지면 과연 이 나라는 어디서 나는 쌀과 작물을 먹고 살 것인가? 식량 자급을 못할 시에는 앞으로 생존이 보장되지는 않는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가뜩이나 기후 위기에 따른 식량문제가 대두되는 세상에서, 식량 생산을 책임지는 농촌의 소멸을 촉진하는 이러한 행태는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얼마 전, 충남도서관에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전력망 구축 토론회’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이름에 있는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은 그저 보기 좋은 장식일 뿐이었다. 한전 측에서 PPT로 보여주는 주장은 무책임하고 오만했다. 어려운 단어들의 남발, 일론 머스크 등의 유명 인사들의 언사 인용, 그리고 국가사업과 정책이라는 명분을 끊임없이 내세웠다.

이러한 한전의 모습은 마치 조선 말기에 동학농민군들을 무지렁이 취급하고 감언이설로 속이려고 한 조정 대신들과 겹쳐 보인다면 내가 민감한 걸까?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라는 사람은, 이미 송전탑 설치는 필요한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토론회에서는 지역에서 찾아온 수많은 분들이, 한전위 주먹구구식 입지선정위 절차에 대하여 분노에 가득찬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한전과 정부측 인사들 대부분은 이 진솔한 이야기들을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기색이었다. 정말 토론회를 하고 싶어서 연 것인지, 아니면 구색 맞추기를 하려던 것인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은 생산된 전기를 외지로 대규모 송전하는 방식은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라며, 재생에너지 생산지 근처에서 전기를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강조했다. 그리고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의 장거리 송전탑 확충 대신, 발전 시설과 수요 시설을 일치시키는 정책 전환을 시사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도 이러한 송전 방식을 문제 삼았건만, 한전은 주권자인 국민과 행정부 수반 위에 앉아 있는 듯 절차를 밀어붙인다. 이제는 대통령의 강조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 스스로를 국민주권 정부라고 칭한다면, 이런 폭력적이고 독재적인 한전과 대기업의 행태에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용인 삼성 반도체 산단은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삼성 반도체 산단은 백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용인에 발전소를 새롭게 건설하던가, 아니면 삼성 반도체 산단이 발전소가 지어질 곳으로 옮겨가서 지어짐이 마땅하다.

우리는 모두 ‘애국가’의 가사를 모두 외우고 있다. 애국가 가사 중에 한 부분 공감하는 가사가 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난 한반도의 아름다운 강산에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더욱 많은 송전탑이 자리하게 된다면, 더 이상 한반도는 ‘무궁화 삼천리’가 아닌 ‘송전탑 삼천리’가 될까 두렵다.

http://www.h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325

 

‘송전탑 삼천리’

한전에서 이번에 추진하는 송전탑과 선로 설치는, 345KV 초고압송전탑들을 500m 간격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이 선로는 호남지방으로부터 시작해서 충남을 거쳐, 용인 반도체 산단으로 이어진다고

www.h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