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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녹색당 논평, 칼럼

송전탑 반대 주민 릴레이 기고 5. 국가정책, 정말 막을 수 있을까?, 김미선/ 홍성신문 2026.04.11

얼마 전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제주에서 3만명이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20만명이 살해된 슬픈 역사. 그리고 여전히 국가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어쩌면 국가가 직접 인명을 앗아갔던 1948년 제주와 1980년 광주의 국가폭력과 지금 내가 이야기하려는 송전탑 건설계획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국가정책을 위해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홍성군에서 송전탑 백지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준비하던 중 받았던 문자 하나가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국가사업을 누가 막을 수 있냐. 그냥 외국으로 떠나라” 누구도 우리 동네에, 우리 집 앞에 송전탑이 세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반대한다고 해도 막기는 어려우니 싸울 필요도 없다는 패배 의식이 강하게 느껴졌다.

우리 지역에 발전소가 있냐, 당신도 전기를 쓸텐 데 송전탑을 반대하면 어떡하냐는 질문도 받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전기도 많이 쓰는 수도권을 위해, 비수도권에 발전소도 세우고 송전탑도 세워야 하니 땅을 내어놓으란다. 특히 우리 지역을 지나는 송전탑은 우리가 생산하지도 않았고 쓰지도 않을 전기를 보내기 위한 용도다. 수도권 국민만 대한민국 국민인가?

또한 지금 홍성의 11개 읍면이 모두 최적입지로 들어간 새만금#2-신서산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홍성군 입지선정위원 5명이 참여하는 입지선정위원회가 7차례 진행되는 동안 지역 주민들에게 회의 진행 과정과 결과가 공유되지 않았다. 최적입지가 정해진 후 올해 2월에 각 읍면을 돌며 주민설명회가 진행되어 겨우 소식을 접했지만 이조차 알지 못하는 주민들이 상당수다.

지난 3월 30일 군산에서는 홍성군 11개 읍면의 주민대표를 포함한, 최적입지에 들어간 10개 시군의 해당 읍면동 주민대표가 1인 이상 참여하는 입지선정위원회가 다시 구성되어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8차 입지선정위원회의가 열렸다. 새로 선임된 입지선정위원들은 기존 위원장 재신임을 비롯한 투명한 입지선정위원회 운영을 위한 안건(회의록 공개, 참관인 및 사전협의회 제도 마련)의 상정을 요구했지만, 위원장은 안건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입지선정위원들이 집단퇴장하면서 회의는 파행을 맞았다.

최근 주민들은 새만금-신서산 노선 뿐아니라 신계룡-북천안, 신임실-신계룡, 신정읍-신계룡 노선의 입지선정위원회를 막아냈다. 하지만 국가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통해 입지선정절차가 1년 내에 마무리 되지 않을 경우 6개월의 추가 기간 동안 절차를 마무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에도 입지선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자기들 마음대로 입지선정하겠다고 정하고 있다.

국가정책을 감히(?) 막으려 한다면 이 시도도 법으로 막아버리겠다는 엄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냉혹한 법에는 송전탑 밑에서 평생 살아가야 할 주민은 안중에도 없다. 피해주민에게 보상금을 더 주고 피해보상지역을 넓히면, 즉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논리에도 치가 떨린다. 왜 국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가? 국가가 정하면 국민은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가?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지난달 23일 충남도서관에서 진행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전력망 구축 토론회’에서 충남 곳곳의 주민들은 지금의 입지선정절차가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대표성이 없는 입지선정위원 선임과 그들을 거수기로 만드는 한전의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날 좌장을 맡았던 김소희 국회의원은 토론회 말미에 한전을 향해 분명히 이야기했다. “지금 진행 중인 송전선로 입지선정절차를 재검토하라.”

이제 한전은 입지선정절차 중단을 통해 주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지산지소를 통한 무리한 송전탑 건설계획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 송전탑 건설이 아닌 대안을 하루 속히 찾아 실행에 옶겨야 한다. 우리는 송전탑 건설사업이 백지화되는 그날까지 연대로써 싸워갈 것이다.

http://www.h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