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전자파 걱정이시죠? 그런 분은 핸드폰 머리맡에 두고 주무시면 안 돼요.”
지난 2월 구항면 <송전선로 건설 사업 주민 설명회>에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측 용역사 직원이 한 말이다. 내 집터 위를 지나는 초고압 송전탑 문제를, 그는 능숙하게 우리 집안에 자리한 전자레인지와 스마트폰 문제로 상치시켰다. 나는 바로 핸드폰을 열어 송전선로와 건강의 연관관계를 검색해 봤다. 고압송전 설명회에서도 탑에 장기 노출되면 암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뜬다.
초고압 송전선로 경과지의 손해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토지공법학회 2011년 연구에 따르면 345kV 송전선로가 지나는 땅 가격은 평균 29.76% 하락했다. 가격 하락이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량이 절벽처럼 떨어졌다.
이는 결국 송전선로 선하지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홍성 전체의 문제가 된다. 인구 유입이 멈추는 것을 넘어 지역 경제의 소멸을 가속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홍성 경제 생태계를 구성하는 철물점, 농기구 점, 병·의원 등의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다. 오일장을 찾는 이도 줄어들 것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밀양 송전선로 사업은 여전히 보상도 마무리되지 않았고, 주민 간 송사는 계속되고 있다. 밀양은 경상남도 8개 시(市) 중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이 됐다.

용역업체는 송전탑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하지 않고, 모든 게 보상될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보상의 정확한 범위와 내용은 말하지 않는다. 보상은 뭉뚱그려 소개하더니, 혜택까지 있다는 이야기를 강조한다. 부동산 가치가 없어지는데, 전기요금 감면이 어떻게 혜택이 될까. 설명회에 나온 용역사는 대체 왜 거짓 정보와 감언이설로 주민들을 현혹하는 것일까.
용역사는 뒷일을 책임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아니고, 한전 직원도 아니다. 송전선로가 세워지고 초고압의 전자파가 24시간 365일, 최소 수십 년 발생할 테지만, 그들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일이 없다. 여기 이 사람들을 만날 일도 없다. 설명회를 진행하는 용역사는 한전 돈을 받고 입지 선정 과정만 진행하면 되는 영리 업체일 뿐이다. 발주처인 한전이 필요한 일을 수행할 뿐이다. 그저 지금 한 시간만 눈 딱 감고 난리판을 참으면 설명회가 끝난다. 입지 선정위원을 세우고, 경로 선정 회의를 진행하면 될 뿐이다. 주민 반발도 상관없다. 그건 설명회에 배석한 한전 직원도 마찬가지다. 기한 내 송전선로 계획 수립을 ‘주민이’ 못하면 임의로 지정·강행할 권한이 한전엔 있다. ‘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단계가 ‘법대로’ 하나씩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에 권위가 있다고 믿는 건 이게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고함이 오가는 난장판 중에 용역업체 직원은 결국 이런 말을 했다. ‘국책사업이니까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이건 사람이 죽어도 합니다’라고. 국책사업은 국가 공익을 위해 국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다. 듣고 보니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국가 송전망 확충 계획을 위한 국책사업이라면 책임 있는 사람이 하나 정도는 설명회에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 주민은 단순 보상 대상이 아니라, 국책사업에 토지로 참여하게 되는 주권자로서 정확한 정보를 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설명회에 나왔으나, 한마디도 더하지 않은 한전급 직원이 아니라 송전선로 경로 계획을 세운 산업통산자원부 책임자가 나와야 하지 않았을까. 민간 업체를 민원받이로 세워 처리해야 할 일일까.
설명회 후 친구들과 함께 책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를 읽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지은 책이다. 11년 전, 경남 밀양 송전선로 싸움 중에 나왔다. 한전이 조용히 처리해 온 초고압 송전선로 문제가 우리 사회에 크게 알려진 계기는 경남 밀양 주민운동 덕이다. 사람이 죽고, 공동체는 파괴됐다. 그러나 한전은 변하지 않았고, 그대로 홍성에 찾아왔다. 이 책은 작고 가볍다. 하지만 온 국토에 쇠말뚝을 박고, 마을을 쪼개고 있는 국가 송전망 계획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기에 충분하다. 저들이 주장하는 ‘국책사업’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이권이 있는지 잘 쓰여있다.
홍성을 관통하는 초고압송전선로는 용인 삼성 반도체 공장을 위해 국가에서 70조 원을 들이는 사업이다. 한 기업을 위해 온 국민의 돈이 쓰인다. 어처구니 없는 이런 계획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까. 영화 뺨치는 ‘나쁜 전기’ 카르텔 이야기가 듣고 싶은 분들, 국가 사업이라면 믿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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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은 당연하지 않다” - 홍주일보
“여러분 전자파 걱정이시죠? 그런 분은 핸드폰 머리맡에 두고 주무시면 안 돼요.” 지난 2월 구항면 에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측 용역사 직원이 한 말이다. 내 집터 위를 지나는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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