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오후 5시. 그날 오후 나의 신경은 온통 세월호 1인 시위에 가 있었다.
시간에 맞춰서 나가면 되는데, 혹시라도 시간에 늦지는 않을지
아니 그 전에 내가 당번이라는 것을 잊어 버리면 안되는데...하는 초조한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내 마음 가짐이 어떤 상태인지가 중요했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 1년이 막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에게 세월호는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5시가 되자마자 피켓을 트럭에 실고, 12살된 아들 민이를 옆에 태웠다.
아들은 엄마가 일찍 퇴근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집으로 안가고 왜 홍성으로 가는지 자꾸 묻는다.
‘엄마 어디가?’, ‘엄마 1인 시위가 뭐야’, ‘엄마 왜 1인 시위를 해야 되는데’ 등등 도착하는 내내 끊임 없는 질문이 쏟아진다.
나는 왜 1인 시위를 하러, 이 시간에 가는 걸까. 내가 들고 있는 피켓을 누가 보기는 할까.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내 모습은 어떨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면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30분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아들과 스무고개를 하기도 하고, 신호가 바뀔 때 마다 피켓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어떻게 하면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잘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여 보기도 한다.
30분이 거의 가까워 졌을 때에는 아들이 배고프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조금 더 하고 싶었지만, 아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니 안스러워서, 들고 있던 피켓을 내리고 트럭으로 향한다.
세월호 사고가 나기 전까지의 나와 자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
열네살 딸의 얼굴을 볼 때도 한번 더 보게 되고, 먹고 싶다고 하는게 있으면 바로 바로 해 주려고 노력하고,
딸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과 같이 있을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아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게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마음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 이야기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때 좋은 미래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지금 내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매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30분간의 1인 시위를 하면서, 경향신문에 실렸던 아이들 얼굴이 떠 올라 마음이 아프고,
삭발하면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들의 모습이 생각나서 눈시울이 젖고,
옆에서 나를 외롭지 않게 말을 건네 주는 아들이 함께 해 줘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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