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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당당] 변화를위한서평단 (2023~매주 서평 홍주일보 연재)

전기, 홍성-용인, 장정우 2026.03.26

홍성군 각 읍면, 마을별로 송전탑 반대 현수막이 나부낀다. 도시에서 필요한 전기를 나르기 위해, 아파트 20층 높이의 송전탑이 500m 간격으로 홍성을 관통하고 간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나선 것이다. 지난 3월 18일에는 각 마을의 이장과 주민 50여 명이 모여 홍성군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2026년 홍성이 겪는 송전탑 건설사업은 비단 홍성만의 일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한 지역에서 시작된 싸움이 전국적인 현안이 돼 매주 주말이면 전국의 시민들이 경남의 한 지역으로 달려가곤 했다. 지금도 탈송전탑, 탈핵운동하면 떠오르는 이름, 바로 밀양이다. 《전기, 밀양-서울》은 2014년 가을부터 2019년까지 밀양에서 함께 탈송전탑 탈핵 운동에 참여했던 주민, 활동가, 연대자가 진행한 구술 인터뷰를 김영희 교수가 정리한 책이다. 

대학에서 구술 서사, 구술 연행을 가르치며 연구하는 김영희 교수는 “누군가의 말을 들으려는 노력이 ‘말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고 믿으며, 이와 같은 청취의 연대를 통해 더 많은 ‘말’과 ‘이야기’가 세상에 드러나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전기, 밀양-서울》은 다 ‘끝난 싸움(운동)’으로 여겨지는 밀양의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냄으로써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또 다른 밀양의 아픔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전기, 밀양-서울》 김영희/ 교육공동체벗/ 2024년 1월/ 22,000원
 
 

그렇다. 10여 년 전 송전탑이 세워지며 끝났다고 여겨지는 밀양의 송전탑 건설사업은 당진, 청도, 금산, 세종, 영암, 홍천 등 전국을 떠돌다 2026년 홍성에 도달했다. 그러니 이 책에 쓰인 이야기는 홍성에 사는 우리들이 겪은 일, 겪고 있는 일, 겪게 될 일이다. 책은 마을이 한국전력(한전)과 행정에 의해 국익·보상·희생·발전·경제적 이익이라는 명목으로 갈등을 겪고, 해체되는 일화를 반복적으로 전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밀양에서 10여 년, 우리나라에서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된 일이기 때문에 이야기 역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보상을 많이 받은 사람과 적게 받은 사람과 거부한 사람, 송전탑에서 가까운 사람과 먼 곳에 사는 사람, 송전탑 반대운동을 한 사람과 찬성한 사람, 지금까지 합의하지 않은 사람과 합의한 사람. 이렇듯 무수한 갈래로 마을 사람들은 갈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자리 잡았다. 언니와 동생, 의형제, 이모와 조카, 이십 년 지기 이웃은 그 과정에서 남이 되고 나아가 철천지원수가 됐다. 관계는 무너졌고, 마을은 부서졌다.

송전탑의 가장 큰 폐해는 각자가 뿌리내리고 살고 있던 마을에 대한 애정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전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해 한 장소에 애정을 쏟으며 사는 것의 의미를 모르는 ‘노숙 문명(웬델 배리)’의 산물임이 틀림없다. 돈으로 사람들의 관계를 갈라놓고, 알량한 보상금만 쥐여주면 누군가의 터전이 황폐해져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행동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사는 게 힘들다고 하지만 마음 한편에 자신의 집, 농지, 이웃, 마을에 대한 애정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애정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한전이 하는 짓은 각자의 삶의 의미를 파괴하는 일이고, 농촌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대책위가 꾸려졌지만 홍성에서도 삽을 뜨기 시작해서야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됐을 때는 이미 늦기도 늦었거니와 송전탑이 들어서는 마을만의 일로 축소되기 쉽다. 문제가 한 마을, 한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도록 둬서는 안 된다. 홍성군에 사는 이들이 내 집 앞, 내 농지 위에 송전탑이 지나가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의 일로 느낄 때 송전탑 건설을 막아낼 수 있다.

“누군가의 말을 듣겠다는 이들이 나타나고, 그럼 사람들이 모여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장소’가 만들어질 때” 우리는 송전탑 문제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 《전기, 밀양-서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우리 모두를 엮어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본격적인 송전탑 반대운동을 앞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 《전기, 밀양-서울》을 추천한다.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엄청나고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홍성 곳곳에서 송전탑 반대 활동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관심 있게 듣는 ‘한 명’이 돼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옛날부텅 우리거 여 몇 대 조까지 이어서 살았는데 못 살게 돼가 있으니께네, 누구 원망 안 하겠나. 우리는 국가에 돈도 안 바래고, 아무것도 안 바래. 내 땅 내 몫 묵고 살게 놔둬. 전기만 안들어오고 가만 내버려두면, 우리는 도움 아무것도 안 받고 구십 살 살든 팔십 살을 살든 고향 놔두만 원망 안하고 말 안한다. 뭐 할라고 내 국가에 돈 바래고. 안 바랜다. 와 바라노. 내 논으로 묵고 사는데…….”(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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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홍성-용인 - 홍주일보

홍성군 각 읍면, 마을별로 송전탑 반대 현수막이 나부낀다. 도시에서 필요한 전기를 나르기 위해, 아파트 20층 높이의 송전탑이 500m 간격으로 홍성을 관통하고 간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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