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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당당] 변화를위한서평단 (2023~매주 서평 홍주일보 연재)

협동조합이 협동의 그릇이 되기 위해, 이동호 2026.03.12

지난해 12월,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홍성의료복지사협’)의 우리동네의원이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 창립부터 우리동네의원을 지켰던 원장의 부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곧 전 이사장인 채승병 씨와 아내인 황복자 조합원 부부가 우리동네의원의 임대료를 절반으로 절감해줬다. 임대인이기에 앞서 조합원으로서 홍성의료복지사협을 위한 결심이었다. 이전에도 홍성의료복지사협이 많은 도움을 받은 터라 또 다른 전 이사장이자, 채승병 조합원의 70년 지기인 신관호 조합원에게 내가 물었다. “우리가 너무 (받기만)하는 거 아닐까요?” 그러자 신관호 조합원이 말했다. “홍성의료복지사협이 그이를 천국 가게 해주는데, 그가 더 고마워해야지.” 지난 두 달여 간 이 말은 내게 울림을 줬다. 

10년 전 창립한 홍성의료복지사협은 우리 사회에 생소한 ‘주치의제도’를 중심으로 농촌돌봄 활동을 해왔다. 315명 조합원, 출자금 4000여만 원으로 시작한 조합은 현재 700여 조합원, 출자금 1억 4000여만 원으로 늘었다. 양적 성장을 해왔지만 운영이 순탄했던 적은 없다. 협동조합 설립 목적이 그렇듯,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조합 운영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만을 위한 자조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에 필요한 기능도 수행하는 조직이다. 

우리동네의원이 진료를 멈추면서 홍성의료복지사협은 위기를 맞았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의료’와 ‘돌봄’을 멈추게 됐다. 그러나 협동조합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 의료복지라는 지역사회의 필요가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복지를 언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조합이 되도록 해야 한다. 농촌 돌봄 모델을 만들기 위한 홍성의료복지사협의 지난 10년의 도전도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그 마음은 조합원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이는 후원금을, 누군가는 물품과 재능을 내어 홍성의료복지사협 지키기에 나섰다. 귀농 30년 차인 어느 농부는 그간 자신이 지역에 봉사하며 쌓아온 덕을 ‘적금 깨듯’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데 썼다. 조합의 한고비를 넘기고 보니 겨울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우리동네의원이 정상화되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계가 있는 조합원들에게 지난 두 달처럼 발 벗고 함께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깊은 협동을 위한 작은 안내서》 김신양/ 착한책가게/ 2024년 12월/ 13,000원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필요와 열망을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사람들의 자율적인 조직’이다. 협동조합은 300년 역사를 가진 기업 형태로, 우리나라에도 현재 3만여 개의 조합이 운영 중이다. 내 주변에도 여러 협동조합이 있는데, 사람들은 협동조합의 어려움으로 조합원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점을 주요하게 꼽는다. 조합원 참여 없는 조합, 그러니까 주인 없는 조직. 그런데 이게 우리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협동을 잘하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 아니라 협동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책 《깊은 협동을 위한 작은 안내서》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인 김신양 씨는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협동조합을 연구, 교육하고 글을 써왔다. “협동조합은 결사체이기 때문에 결사는 ‘생각의 협동’을 통해 이뤄진다.”

홍성의료복지사협에 불고 있는 지금의 기운을 한 번의 성공한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인 협동의 초석으로, 더 깊은 협동으로 가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협동조합에는 자본과 다른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이 지속되려면 ‘무엇’을 협동할지, ‘어떻게’ 협동할지의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고 한다. 협동조합에는 후원금이나 출자금 증좌 같은 ‘자본’의 협동도 있지만, 등산이나 걷기, 책 읽기 등을 통해 함께 모여 조합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생각’의 협동, 바자회나 후원주점에 나와 운영 일손을 돕는 ‘노동’의 협동까지 다양한 협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협동하고 있을까? 서로 돌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조직 운영이나 경영이라는 조합원 활동은 서로 돌보는 활동이라는 관점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활을 돌보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계를 돌본다. 조합원은 직원의 생계를 돌보고, 직원은 조합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활을 돌본다. 이렇게 호혜적 돌봄, 순환적 돌봄이 어우러질 때 지금도 협동하고 나중에도 협동하는 문화가 정착된다. 돌봄은 사람들을 결속하게 만든다. 사고파는 관계로만은 결속이 생기지 않는다.”

홍성의료복지사협은 협동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 ‘사협을 지키는 101가지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작가, 미용사는 재능 기부를 했고, 누군가는 자전거 모임을 제안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조합을 지키기 위한 자발적인 조합원 활동 50여 가지가 진행 중이다. 지난 10년간 홍성의료복지사협이 순탄했던 적은 없다. 홍성의료복지사협은 지금 더없이 길고 거대한 고비를 앞두고 있다. 누군가는 한국 사회에서 역시 협동조합은 안된다는 말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우리는 하나의 고비를 하나씩 넘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과정이 서로를 구원하고, 우리가 사는 지역을 천국으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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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이 협동의 그릇이 되기 위해 - 홍주일보

지난해 12월,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홍성의료복지사협’)의 우리동네의원이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 창립부터 우리동네의원을 지켰던 원장의 부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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