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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녹색당 논평, 칼럼

당원 릴레이 기고 13) 과학의 이름으로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떠들 자유를 허하라, 이상희

빨래를 밖에 널려고 하다가 하늘이 뿌옇게 보이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다. ‘좋음’이나 ‘보통’이면 밖에 널고, ‘나쁨’이나 ‘매우 나쁨’이면 집 안에 넌다. ‘좋음’인 날에는 밖에 나가 막 돌아다니고도 싶어진다. 특히 다른 계절에 비해 미세먼저 농도가 높은 봄에는 ‘좋음’인 날이 다른 계절이 비해 많지 않다 보니 더 그렇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본다. 미세먼지가 ‘좋음’이라고 해서 정말 공기의 질이 좋은 날인가? 국가별로 미세먼지 기준은 왜 다른가? 그것은 국가별 상황에 따라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기준’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준은 인위적으로 필요에 따라 설정한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좋음’인 날이 좀 더 엄격하게 미세먼지를 관리하는 나라에서는 ‘나쁨’인 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준’이 필요에 따라 설정되었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민들의 연간 피폭선량 기준을 1밀리시버트(mSv)에서 20밀리시버트(mSv)로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0밀리시버트(mSv)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긴급 상황에서 제시한 피폭 한도치일 뿐, 의학적으로 안전을 보증하는 수치가 아니라 관리를 위해 설정한 수치이다. 이처럼 필요에 의해 설정해 두는 ‘기준’을 기준 삼아 우리는 안심해도 되는가?

올해 2월 28일에 시작된 방사능 오염수 4차 방류가 3월 17일에 끝났다. 작년 8월부터 시작해서 총 4차에 걸쳐 오염수 약 3만1200톤을 방류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4월부터 일본 ‘2024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면서 총 7차례에 걸쳐 오염수 약 5만4600톤을 방류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원전으로 유입된 빗물과 지하수로 인해 오염수의 양이 늘고 있어서 언제가 돼야 방류가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울 지경이지만 최소 30년 이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4차 방류를 마지막으로 2023년도 오염수 방류가 끝난 시점에 IAEA와 일본 정부, 우리 정부 관계자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라면서 지금까지 방류가 문제없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준치 이하는 방류의 면죄부가 된다.

오염수를 처음 방류하기 시작했던 작년 8월, 오염수 방류에 비판적인 시민들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건 없고, 1+1=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는 ‘기준치’라는 단어는 없지만 기준치 이하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왜 자꾸 비과학적으로 위험성을 부풀려 시끄럽게 하느냐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기준이 만들어졌으니 입 다물고 가만있으라는 말이다. 민주주의가 시끄러울 자유를 허용해야 하는 것처럼 제대로 된 과학이라면 시끄러울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방사능 오염수 배출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시끄러운 논쟁은 계속 이어져 왔다. 여기서 잠깐 그 논쟁을 정리해본다. 첫째, 대부분의 종양 유형 위험은 약 100mSv 이상의 선량에서만 유의미하게 감지되므로 저선량에서는 안전하다는 주장. 그러나 기준치 이하의 저선량 범위의 노출에서도 노출량이 많아질수록 암이 증가했다는 국제적인 연구도 있다.

둘째, 이미 땅과 건축물, 우주선, 음식물 등에서 나오는 자연방사능을 받고 있지만 별 문제가 없다는 주장. 그러나 자연방사능은 내부피폭이 주로 문제가 되는데 체내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론이 있다.

셋째, 다핵종제거설비(ALPS)는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하지만 대량의 바닷물로 희석해 내보내면 생물학적 반감기가 짧아(10일) 생물체 내에 축적되지 않고 거의 배출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주장. 그러나 체내에 남아 DNA, 지방, 단백질 등과 결합한 유기결합형 삼중수소(약 3%)는 반감기가 훨씬 길기 때문에(최대 약 500일) 체내에 오래 머물러 유전자 손상과 생물농축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는 반론이 있다.

지면 관계상 이 주장들에 대한 반박을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방사능 오염수와 관련해서 과학자들을 포함한 전문가들 간에 논란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하고 논쟁해서 더 신중하고 엄격하게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더구나 생명체의 안전과 관련돼 있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방사능 노출 허용 기준치는 과학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연구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론의 장에서 시민들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이 비과학적이 아니라 의문을 품는 시민의 목소리를 ‘과학’의 이름으로 누르려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과학적이다. 늘 과학이 말하는 진실은 잠정적 진실일 뿐이고 언제나 반론에 열려 있다.

유명한 두 과학자 칼세이건과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칼세이건의 말이라는 책에서 그는 ‘과학을 위한 기본적 태도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과학은 회의주의적 태도를 공유한다. 우리의 지혜와 신중함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이해하는 데서 나온다’라고 했다. 다큐 영화 ‘아인슈타인과 원자폭탄’에서 아인슈타인은 “옛날엔 무해해 보였던 과학이 모두를 떨게 하는 악몽으로 변모한 게 참 기묘해요.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한 가지 배운 건 우리의 과학은 현실과 비교하면 전부 아이 같다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이죠. 과학은 닫힌 책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라고 했다.

나에게 이 두 거장의 말은 길어야 100년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거두고, 방사능 오염수로 어떤 위험성을 겪을지 모르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생태계와 현실 세계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과학적 태도이고 민주주의라는 말로 들린다.

http://www.h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231

 

과학의 이름으로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떠들 자유를 허하라

빨래를 밖에 널려고 하다가 하늘이 뿌옇게 보이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다. ‘좋음’이나 ‘보통’이면 밖에 널고, ‘나쁨’이나 ‘매우 나쁨’이면 집 안에 넌다. ‘좋음’인 날에는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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