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마을이 있다. 개발이 되지도 않았고, 수도권과는 거리가 멀어 향후 개발될 여지도 없다. 자연이 아름답지만, 그렇다고 절경은 아니라 관광지로도 주목받지 못한다.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로 먹고산다. 그곳의 주민들은 나이를 먹고, 새로운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마을 주민은 죽거나, 도시의 자식들 곁으로 이사를 간다. 그렇게 그 마을은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이 됐다.
그러다 행정통합으로 A 마을이 있던 군과 인근의 시군이 통합되고, 이후 몇 번을 인구가 많은 시 출신 정치인이 시장으로 선출된다. 군 지역에서는 통합의 과실을 도시 지역이 다 가져간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러한 불만의 물결을 타고 A 마을이 있던 군 출신 정치인이 새로운 시장으로 당선된다. 신임 시장이 전면에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소외된 지역을 되살린다는 것. 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정책이 바로 ‘A 마을 부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맡게 된 ‘소생과’의 분투로 새로이 12가구가 농촌 마을에 이사를 오고, 다시 마을은 활기를 되찾았다. 이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우리 모두의 예상대로 시골이 낯선 이들이 농촌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아직 마을과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주민들은 벌레도 많고, 제설 작업도 직접 해야 하는 농촌 생활이 힘들다. 도시와 달리 식당도, 학교도, 병원도 한참을 차로 나가야 있다는 사실은 말해 무엇할까. 더군다나 도시와 비교했을 때 ‘유일’한 장점으로 여겨졌던 한적함과 자유로움도, 하루아침에 이웃이 된 낯선 타인에게 방해받기 일쑤다. 여기에 이들에게는 모종의 불운한 사건들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야심차게 이 사업을 시작한 신임 시장이 어느새 이 프로젝트가 돈 먹는 하마이며, 지속할수록 지자체 예산에 무거운 ‘짐’이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과연 마을 A는 부활할 수 있을까?

어느 날 A 마을을 부활시키기 위해 일하던 주인공은 도시에 사는 동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는다. “변변찮은 산업도 없으면서, 세금만 삼키는 늪. … 중앙이 벌고 지방이 쓰고 있어. A 마을 같은 곳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경제적으로 불합리해.” 시종일관 차분함과 무기력함 사이를 오가며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던 지방공무원은 동생의 말에 처음으로 언성을 높인다.
오늘 날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 같지만, 위 내용은 2019년 일본에서 발표된 《I의 비극》이라는 소설 속 이야기이다. 소설 밖의 나는 소설 속 동생의 말에 화가 나기보다 처음으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농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공무원이나 학자들이 왜 농촌 문제에 그렇게 미온적인지 알 것 같았다. 얼마 전 ‘주민자치’를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만난 행정안전부 공무원의 말이 생각난다. 30대 중반, 전도유망한 중앙부처의 공무원은 해당 업무를 맡은 지 한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면서도 꿋꿋하게 농촌 그리고 주민자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자신이 ‘미드(미국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드라마를 보면 사람들이 자기 마을 일에 대해 서로 토론도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그런데 우리나라 농촌 사람들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I의 비극》 속 A 마을, 그리고 그 마을을 둘러싼 해프닝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소설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토 면적의 16.7%를 차지하는 도시지역에 우리나라 인구의 92.1%, 즉 4,706만 명이 몰려 산다고 한다. ‘농촌’이라는 단어 뒤에 ‘소멸’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이 작금의 현실을 잘 드러내는 말일 수도 있다. 또한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온 국민을 챙겨야 하는 공무원이며, 숫자 계산에 능한 경제학자에게는 ‘농촌’은 ‘소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 인식과 판단이 정확한 것일까? 셈에서 빠트린 것은 없는가?
여기 한 우화가 있다. 어떤 사람이 바닷가에 앉아서 평화롭게 낚시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왜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고기를 잡느냐고 묻는다. 낚시꾼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행인은 그물을 쓰고, 돈을 벌어서 큰 배를 사고, 큰 배로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 원양어업도 하고, 나중에는 큰 수산회사 회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낚시꾼이 다시 묻는다. 회장님이 되면 뭐가 좋냐고. 그러자 행인이 다시 답한다. 은퇴 후에 편하게 바다에서 낚시질하면서 지낼 수 있지 않냐고. 낚시꾼이 말한다. 내가 바로 지금 그러고 있지 않느냐고. 효율과 합리성이라는 미명 아래 농촌이 다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도시에 사는 미래. 그런 미래를 우리는 원하는가? 우리가 후회하지 않도록 미리 하나의 미래상을 선명히 그려낸 책 《I의 비극》을 추천한다.
https://www.hj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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