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대학생 서포터즈에서 홍성군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왔다. 인터뷰가 끝난 후 학생들은 이런 소회를 고백했다. ‘대책위’라고 해서 무서운 사람들, 소위 ‘쎈’사람들을 만날 줄 알고 잔뜩 긴장하고 왔는데, 점잖은 사람들을 만나 놀랐다는 것이다. 그렇다.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와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농민회든, 노조든, 정당이든 시민 결사체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모습이다.
누군가는 이들을 화가 나 있는(많은) 사람들이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려는 이들과 거리에 나선 사람들 간에 존재하는 힘의 차이는 숨겨져 있다. 시민들은 막상 자신이 당사자가 됐을 때 알게 된다. 그때 그들이 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전남 해남에서 경기 용인까지 초고압 송전선로 3855km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송전선로가 남한보다 몇 배나 더 긴 이유는 용인에 메가톤급 전기가 필요한 공장을 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여러 ‘지방’에서부터 초고압 송전선로 70개, 변전소 29개가 지어질 예정이다. 이 사업에 한전은 최소 70조 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한다. 이 사업은 오로지 한 기업의 공장 가동 조건을 맞춰주기 위해서다. 이 중 3개 노선이 홍성 11개 읍면을 모두 경유한다.
상황도 계속 바뀌고 있다.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발표되는 한편 한전은 홍성을 관통하는 두 번째, 세 번째 송전선로 설명회를 시작했고, 두 개의 입지 선정위원회가 추가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난주 대책위에서 홍성의 한 주민자치회의에 송전탑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참석했다. 설명이 끝나고 어느 자치위원이 ‘설명이 너무 길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10분. 대책위가 브리핑에 쓴 시간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가 송전선로 경로이든 아니든, 홍성군민 모두는 송전선로 영향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송전선로 건설에 들일 70조 원은 우리나라 4000만 유권자가 약 170만 원씩 모아주는 일이다. 홍성군민은 그에 더해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는 영향까지 받는다. 한번 세워진 송전탑은 다시 없앨 수 없다.
나는 대책위 활동가는 아니다. 대책위 위원들이 시간을 쪼개가며 동서남북을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존경과 응원의 마음으로 뒤에 서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내 생활에 집중하다 보면 대책위에 대한 관심마저 놓치게도 된다. 활동가들이라고 생업도, 당사자도 아닌데 점점 격차가 생기게 된다. 다수 주민의 마음도 비슷할 것 같다. 미안한 마음을 피하고자 외면하거나, 국가사업이라는 권위 앞에 체념하는 것일 수 있다.
누구나 거대한 벽 앞에 서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눈을 감아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 벽이 더 가까이 다가오기 전,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을 때 읽어보면 좋은 책이 있다.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이클 왈저가 쓴 책 《운동은 이렇게》다. 부제는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다.
마이클 왈저는 베트남전이 있던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반전·평화운동, 민권 운동을 한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이론가다. 그는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시민들에게 현실을 말해주며 글을 연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틀리지 않은 말 같다. 반전·평화운동에 그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함께 해왔음에도 미국은 최근 이란 전쟁을 일으켰고, 국방 예산이 교육 예산의 20배를 차지하는 나라가 되었다. 백인우월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는가.
마이클 왈저는 책을 통해 지치지 않는 운동. 그리고 어떻게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동료 시민을 늘려 갈 수 있는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읽다 보면 희망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지난 8월 11일(화)에는 홍성 복개주차장에서 군청까지 송전탑 백지화를 요구하며 시민 100여 명이 행진했다. 서울에서도 오고 전라도, 밀양에서도 왔다. 광장에 모여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지금 홍성의 일이 전국 모든 농촌의 일이고, 밀양 송전탑의 일이 나의 일이었음을 배운다. 우리에겐 ‘쎈’ 권력에 맞설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운동은 몇몇 활동가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무엇을 할 것인가.
https://www.hj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889
운동은 이렇게 - 홍주일보
한국전력공사 대학생 서포터즈에서 홍성군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왔다. 인터뷰가 끝난 후 학생들은 이런 소회를 고백했다. ‘대책위’라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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