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정 홍성녹색평론읽기모임
시골 마을에서 보낸 나의 어린 시절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었다. 논에 농약을 뿌리지 않아 논과 밭에는 수많은 곤충과 생물이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논고랑에서 미꾸라지와 메기를 잡으며 지냈다. 마을 앞 시냇물도 깨끗하여 시냇물을 그대로 먹을 수 있었고 여름철 저녁에는 물고기를 잡으며 재미있게 놀았다. 두 개의 시냇물이 만나는 뚝방 옆으로 풀이 우거진 큰 벌판이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소를 끌고 가서 풀을 먹게 하고 놀다가 저녁에 소를 끌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큰 시냇물에는 물이 깨끗한 모래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여름엔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40년 지난 지금의 내 고향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시냇물 앞에는 각종 공장이 들어섰고 곳곳마다 대형 소 축사가 있다. 논과 밭에 농약을 뿌리면서 수많은 생물들이 사라지고 시냇물이 오염되었고 모래 채석으로 백사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에 반해 마을 사람들 소득은 많아지고 집도 좋아졌다. 마을 길이 생기고 환경도 외관적으로는 좋아졌다.
그러나 나는 가난했고 덜 발전되었던 어린 시절의 고향이 더 좋고 그립다. 발전되고 풍요로워진 지금의 마을 모습이 생경하고 마음이 아프다. 나의 고향은 왜 이렇게 변했을까 생각해 본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 고향,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경제성장을 위해 자연, 환경과의 조화는 무시하고 경제와 자본주의 논리를 앞세워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개발을 했기 때문이다.
오염된 고향마을의 논과 밭, 시냇물처럼, 바다도 인간의 경제개발에 따른 생태계의 파괴와 온갖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수백만 톤의 폐기물은 전 세계 바다와 해양 생태계, 인간 건강에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폐기물에는 플라스틱, 금속, 유리, 고무, 유기물 등이 있다.
특히 해양폐기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일회용 제품, 포장재, 어망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며, 해양 생물들이 이를 섭취하게 되면 생리적 문제를 일으키고, 먹이망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바다거북, 돌고래, 고래가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때문에 상처를 입거나 덫에 걸리는가 하면, 바닷새와 같은 동물들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삼키기도 해서 문제가 된다.
바다가 이렇게 해양 폐기물로 몸살을 앓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플라스틱보다 몇 배 더 해로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 1000여 개에 들어 있는 133만톤 이상의 오염수를 10차례나 바다로 방출하였다. 올 2월에는 11차 방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대학원 교수인 핵물리학자 페렝 달노키베레스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여러 해외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오염수를 처리하는 최선의 방법은 오염수를 콘크리트로 고체화해 보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이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값싸고 손쉬운 방류를 택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사건을 ‘방류(release)’라는 말 대신 줄곧 ‘투기(dumping)’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통에 담아서 바다에 던지는 것이 아니라 배수관을 통해 내보낸다 하더라도 이러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폐기물 해양 투기를 금지한 1996년 런던협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해양 투기를 금지한 런던협약을 위반한 일본 정부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행위에 대한 반대 표명을 하고 즉각 중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세계 모든 나라와 연대하여 해양 투기 행위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한다. 그래야 어둠 속에서 신음하는 바다를 살려낼 수 있다. 바다가 더 오염되고 죽어가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바다를 살려야 한다. 아름다운 바다를 지켜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http://www.h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3506
'홍성녹색당 논평,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릴레이 기고 18) 우리의 생명 우리가 지키자, 김미희 (0) | 2025.02.08 |
---|---|
당원 릴레이 기고 17) 너무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신지인 (0) | 2025.02.08 |
지역축제 이제는 바꾸자!, 이동근/ 홍성신문 (1) | 2024.11.18 |
“만약 내가 바비큐페스티벌을 기획한다면?”, 신은미/ 홍주일보 (3) | 2024.11.18 |
기후위기 시대의 바비큐 페스티벌, 신나영/ 홍주일보 (0) | 2024.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