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같은 영상 플랫폼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지난 ’12·3 내란’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상황으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매일 새롭게 밝혀지는 그 날의 치밀했던 계획을 듣고, 만약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벌어졌을 일을 떠올리니 안도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체제 세력의 계속되는 거짓과 선동을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 이런 시민들을 위해 <정준희의 해시라디오>에서 지금에 딱 맞는 책을 소개해줬다. 1945년에 출간된 조지 오웰의 책 《동물농장》이다.
유명한 책이라 내용은 알고 있었다. 이젠 이름조차 멀어진 ‘소련’과 실패한 혁명에 대한 메타포라고만 생각했다. 명작이긴 하지만 이젠 나와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책에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동물농장》은 동물들이 농장에서 인간을 쫓아내고 스스로의 주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우화다. 혁명을 성공한 이후, 동물들은 매주 회의를 가지며 크고 작은 일 모두 투표로 결정했다. 더 이상 노예가 아닌 그들은 즐거웠고, 일의 능률도 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농장의 중대한 결정을 앞둔 투표를 하던 중 사나운 개들이 회의장으로 난입한다. 난데없는 폭력으로 수퇘지 한 마리가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권력은 부패해 간다. 책은 독재가 공고해지는 과정에서 이를 마주하는 동물들의 반응과 이것이 어떻게 연쇄작용을 일으키는지를 비춘다.
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시민을 향해 총을 들었던 군인 진압에 성공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과정을 방송으로 지켜보았다. 계엄이 해제되며, ’됐다’고 생각했다. 내 순진함과 다르게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국가 기관에 앉아 있는 조력자들의 증거인멸과 거짓, 선동이 이어지고 있다. 경호처 대 경찰이라는 유례없는 공권력의 충돌이 예상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불필요하게 발생한 행정력 낭비는 말할 수도 없고, 국가신용도는 떨어졌다.
《동물농장》은 ‘친위 쿠데타’ 이후 변해간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를 맹목적으로 외치는 양 떼의 구호로 제대로 된 토론이 불가능하다. 까마귀는 각설탕 천국이 있다는 말로 노동에 지친 동물들을 현혹한다. 대부분 동물이 글을 모르는 점을 이용해 그들을 속이는 돼지들. 문제가 있음을 알지만 침묵하는 당나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계명이 있던 자리에,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는 애매한 말이 추가됐다.
놀랍게도 책에 나오는 동물은 모두 실존인물을 차용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책에 중요하게 나오는 인물이 있다. 농장의 가장 큰 일꾼이자, 농장의 번영을 가져온 강건한 말 복서다. 독재자의 호위병인 개도 복서에게 달려들었다가 된통 당했다. 복서는 매번 이상함을 감지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이 더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 일터로 나가 가장 늦게 숙소로 돌아온다. 의도와 다르게 자신의 노동은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최후의 순간까지 이용당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이 속은 것조차 깨닫지 못한 비참한 죽음이었다. 복서는 성실한 이들이 무지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준다.
“돼지나 개는 여전히 직접 일해 먹을 양식을 생산하지 않았다. 다른 동물의 삶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한,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었다. 대부분 굶주리고 하루 종일 일을 했다. 그들로선 스퀼러가 발표하는, 언제나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 통계 수치 외에는 현재의 삶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쨌든 동물들은 그런 문제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140쪽)
책에 나오듯, 정치에 대한 시민의 무관심은 엘리트의 부패와 독재의 자양분이 된다. 국가 엘리트를 양성하던, 육사, 서울대 법대, 행시 같은 시스템으로 키워진 이들이 시민을 향해 포고령을 발령했다. 공적 책임을 가진 국민의 힘은 반체제 세력을 옹호했고, 그 결과 많은 시민들로 하여금 헌법과 반헌법에 대한 구분을 헷갈리게 했다. 이 혼동은 ‘1·19 폭동’이라는 파시즘을 출현시켰고, 우리 사회에 오랜 상흔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 상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젊은이들, 거리로 나와 장갑차를 막아선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모습을 봤다. 현실이 영화와 다른 건 우리 자신이 당사자라는 점이다. 시민들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공화정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진행해야 한다. 스스로 주인이 되기로 한 약속,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약속을 확인하고 지켜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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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은 《동물농장》과 무엇이 닮았나 - 홍주일보
넷플릭스 같은 영상 플랫폼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지난 ’12·3 내란’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상황으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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