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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녹색당 논평, 칼럼

라인강의 기적을 다시 한강의 기적으로_ 스승의 날을 맞아 (2023-05-15)

스승의 날이면 한 번씩 생각한다. 초중고에서 만난 선생님들 중에서 마음씀이나 가르침에서 지금의 나를 계속 키우고 있는 분들을. 모범이 되어 본받으면서 살고 싶은 이가 ‘스승’일 것이다. 개인 사이에서와 같이 국가 사이에도 ‘스승’이 존재하지 않을지 생각해본다. 적어도 탈핵이라는 관점에서는 본받고 따라야 하는 나라가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로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설명하던 때가 있었다. 그 말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잿더미에서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루어 선진국으로 자리잡은 서독의 ‘라인강의 기적’에서 따온 말이다. 1953년 휴전 후 70년 지나는 동안 세계는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보게 되었고, 2022년 GDP는 약 2200조원에 이르는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더이상 독일에 배울 것은 없는가.

딱 한 달 전, 4월 15일, 독일은 마지막 원전 3곳의 가동을 중단하며, 탈원전 국가가 되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탈핵을 선언하고, 차근차근 진행한 결과였다. 하지만,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전유럽에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서 일부 정치권과 여론 조사에서도 원전가동 중단 반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사민.녹색.자민당 연정으로 구성된 독일 정부는 단호했다. 원전 일부를 남겨놓았을 때 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 투자 의욕이 느슨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독일 마지막 핵발전소 가동이 멈춘 다음 날인, 4월 16일 일본에서 열린 G7 세계 환경장관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독일은 본받아야 하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주최측인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를 G7이 “환영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자 바로 옆에 앉아서 듣고 있던 슈테피 렘케독일 환경부 장관이 독일의 탈원전 사실을 언급한 후에 “도쿄 전력과 일본 정부의 노력에 경의 표한다”면서도 “오염수 방류에 관해서는 환영한다고 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일본 대표였던 니시무라 장관은 그후에 “내가 말실수를 했다”고 해명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일본 정부가 의장국의 지위를 활용해서 꼼수를 부리려던 현장에서 독일의 지적이 아니었다면 다음 날 전세계는 ‘G7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환영’이라는 기사를 접했을 것이다.

탈핵으로 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단호하게 실행하고, 머뭇거리지 않고 거짓에 반대하는 독일의 태도는 우리나라 국회와 정부, 대통령이 본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