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 충남농민수당조례제정추진운동본부의 주최로 주민발의를 통한
‘충남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대토론회’ 에 다녀온
(가)홍성군 농민수당 준비위의 장정우 당원님이 정리하신 글입니다.
농업소득 600만원, 기후위기, 농민기본소득
- 장정우 -
우리나라의 농민은 벼랑 끝에 있다. 90년대 800만이 넘던 농민은 현재 200만 명으로 30년 사이에 600만 명이 사라졌다.
농촌의 붕괴는 한국사회의 자립도와 무관하지 않다. 2017년 기준 대한민국의 식량자급률은 48.9%, 가축이 먹는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3.4%에 그친다. 자발적으로 한국은 글로벌경제의 노예가 되었다. 기후 위기로 전 분야의 지역화, 내수화가 시급해진 오늘날에도 한국의 농민은 자동차, 핸드폰, 반도체에 밀려 희생양으로 내몰리고 있다.
요새 농촌에서는 농업경영체 등록이란 걸 한다. 한국의 농업정책은 직업농, 상업농으로 규정될 수 있는 농업경영체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중앙정부 부처 중 가장 많은 사업을 시행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농림부(농림축산식품부)이다. 380개의 사업 중 농민의 소득을 보존하기 위해 운영되는 대표적인 지원사업이 직불금 제도이다. 농가 단위로 지급하고, 경작면적에 비례해 지급되는 직불금은 필연적으로 대농들에 지원금이 몰리게 한다. 한국은 농민의 절반이 평균 1,500~2,000평(0.5ha), 72%가 1~2ha미만을 경작하는 소농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가다. 이 72%에 해당하는 농민들의 평균 직불금 수령액은 연 32~33만 원이다. (2019년 직불금 총예산은 1조 5,000억이며, 72%가 가져간 직불금은 5,000억이다)
한국이 선망하는 유럽과 미국은 어떨까. 유럽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농가 단위로 직불금을 지급하지만 친환경 농업 등을 할 경우 지급되는 ‘녹색직불’, 40세 이하의 청년농을 지원하는 ‘청년직불’, 열악한 농지를 경작하는 농민에 대한 ‘자연제약직불’등 추가 직불금이 있는 가산형 직불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가당 연평균 몇천만 원의 직불금을 지원받고 있다. 미국 역시 직불금이 농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로 한국의 5%의 두 배에 이른다. 유럽도, 미국도 직불금이 없다면 농업 강국은커녕, 농가가 유지될 수 없다.
화가 나는 건 계속해서 나라로부터 배제를 당하면서도 농민들 스스로 자본의 논리를 내재화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한국의 농민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탓하며 엉뚱하게 자신의 게으름을 탓한다. 이천 평 농사지으며 자급하는 농민도, 자식 키우며 먹고 살기 위해 5만 평을 임대해 고구마 단작농사를 짓는 농민도 정부가 자신들을 희생양 삼아 애초부터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농사를 짓게 한다는 것에 분개하지 않는다. 자동차 팔고, 핸드폰 팔아야 나라가 산다는 논리에 농민들 스스로가 빠져있는 것이다.
축산업자, 대농, 시설농 중심의 지원. 간접보조형식으로 중간에 있는 이해관계자들만 배를 불리는 농업정책. 전체 국가 예산 중 농업예산 3%인 14조, 그중에서도 10%에 불과한 직불금만으로 벼랑 끝의 농민을 구할 순 없다.
농업소득 중위값 600만 원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며 각 지역에서 주민 발의조례제정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농민기본소득은 보편성, 개별성, 무조건성, 정기성, 현금성의 원칙을 토대로 “모든 농민에게 영농규모, 영농형태 등에 상관없이 생활에 필요한 일정한 금액을 균등하게 지급하는 제도” 이다.
농민기본소득의 효과로 기존 직불금 등의 지원사업에서 배제되었던 자급농, 여성농민, 소농들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현 정권에서 추진되는 국토균형발전 사업보다 효과적으로 농촌을 살릴 수 있다. (현 정권의 국토균형발전은 수도권 분산이라는 면에서는 균형이나 농어촌입장에서는 또 다른 도시 개발사업이다) 보다 효과적인 지역 분산과 내수화를 위해서는 지역화폐와의 연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농민에 대한 시혜도, 보상도 아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국제경제의 예속에서 벗어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존립 토대인 농촌‧지역이 복원돼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농민기본소득이다. 사회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국가)은 상상의 공동체”라는 말을 했다. “민족(국가)은 상상의 산물이기에 그 정의가 유동적이며, 사회가 누구를 구성원으로 상정하는가에 따라 누구든, 언제든 국민에서 배제(포함)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법 어디에도 농민에 대한 정의는 없다. 광복 이후 단 한 차례도 농민에 대한 통계가 나오지 않아, 농민의 명단이 없는 나라, 그래서 농민기본소득을 주고 싶어도 누구에게 지급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나라, 그게 대한민국이다. 한국이라는 공동체에서 농민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이 농민기본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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