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소소당당] 변화를 위한 서평단 (77) 썸네일형 리스트형 ‘대안교육 20년을 말하다’를 읽고/ 노승희 ‘대안교육 20년을 말하다’를 읽고 노승희 이 책은 대안교육의 전현직 교사, 설립자, 연구자 등 다양한 저자들이 교육잡지 ‘민들레’에 기고한 대안교육 관련 칼럼들을 묶은 선집이다. 첫 번째 꼭지인 에서는 대안교육운동의 폭넓은 움직임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종횡으로 톺아본다. 두 번째 꼭지 에서는 ‘위기를 맞이했다’는 대안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대안교육의 길을 이끌어온 어른들의 다양한 미래상들이 나타난다. 세 번째 꼭지 에서는 아이들, 교사들, 부모들이 말하는 대안교육의 빛과 그늘, 각각의 속사정이 담겨있다. 각 꼭지에서 다양한 저자들의 의견들이 서로 대립되기도 하고, 다른 저자의 글을 꼬집어 비판하기도 하는 점이 독자에게 꽤나 흥미롭다. 과거와 현재, 미래, 각 주체의 시선을 모두 담은 .. 최은영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고/ 장정우 최은영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고 장정우 흔히들 명절에 가족들끼리 정치 이야기를 했다가 크게 싸웠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러나 명절마다 이번만은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여전히 그런 말이 돈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이번 명절에도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생각해 보면 같이 먹고 자고 하던 시절로부터 짧게는 십수 년, 길게는 수십 년이 지난 친척들끼리 서로의 삶에 대해 듬성듬성 구멍 난 기억을 안고 서로의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뉴스 머리기사를 장식한 자극적인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차라리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친척들끼리 시작한 정치 이야기는 고성으로 끝나지 않더라도 그 끝이 씁쓸한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정치 이야기가 내.. 책 ‘연결된 고통’을 읽고/ 이동호 책 ‘연결된 고통’을 읽고 이동호 홍성군 홍동면 인구는 3400여 명. 지난 6월 홍동에 ‘우리동네의원’이 문을 열었다. 우리동네의원(이하 동네의원)은 ‘홍성의료복지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의원인데 문을 연 지 올해로 8년째다. 지금까지 소재지로부터 3k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접근이 편리한 면 중심지로 올해 이전했다. 동네의원 길 건너에는 농협 마트가 있어 장 보러 오는 김에 들리는 어르신들과 주변 초·중·고 학생들이 주로 이용한다. 월 이용 환자수는 800여 명, 하루 평균 40여 명으로 홍동면 인구 1%가 매일 이용하는 셈이다. 우리동네의원은 1차 의료기관이다. 입원이 가능한 2차, 종합병원인 3차 상위 병원으로 가기 전 단계의 치료와 진찰을 받을 수 있다. 중대하거나 시급한 질병 치료가 아..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읽고/ 김혜진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읽고 김혜진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제목을 보자마자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미쳐있고 괴상한 여자들의 이야기는 어떤 걸까. 우울증에 대한 책이라는 것도 이 책을 택한 주요한 이유다. 나 자신을 포함해, 내 주변의 우울감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미나라는 젊은 연구자는 우울증을 겪은 자신과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을 쓰고, 알아주지 않던 고통을 주목해야 할 고통으로 만들며 스스로 회복하는 과정으로 삼았다. 31명의 여성들과 인터뷰를 해 완성한 이 책은 특히 한국의 이삼십대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했다. 저자는 현재 한국의 이삼십대 여성을 사회적 규범과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 사이의 괴리가 가장 큰 세대로 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를 생각하다/ 노승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를 생각하다 노승희 영화 ‘벅스라이프’, ‘개미(Antz)’와 같이 의인화된 곤충 영화가 히트를 치던 때, 그의 책 ‘개미 제국의 발견’을 만나며 책의 저자인 최재천 박사를 알게 됐다. 동물행동학자인 그가, 그의 커리어와 쉽사리 연결하기 어려운 ‘공부’에 대해 책을 썼다니 놀라며 책을 폈고, 오지랖 넓은 석학의 과거와 미래, 동서와 좌우를 넘나드는 폭넓은 시선에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이 책은 안희경 저널리스트와 최재천 박사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대담 속 배경은 수시로 70대 노교수의 과거를 오갔다. 세계적 석학인 그도 소위 ‘똥물학과’로 불렸던 동물학과에 의도치 않게 진학해 구멍이 뻥뻥 뚫린 엉터리로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한 차례 위안을 받았다. 대가들을 만나보.. 소농, 문명의 뿌리를 읽고/ 장정우 소농, 문명의 뿌리를 읽고 장정우 ■ ‘얼마’인지를 묻는 아이들 해마다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동네의 여러 단체를 소개하는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오늘도 마침 수업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질문을 듣다 문득 자주 나오는 단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루에 손님은 ‘얼마나’ 오나요?”, “연봉은 ‘얼마’예요?”, “하루에 ‘얼마’ 벌어요?”, “가장 비싼 책은 ‘얼마’인가요?”, “일 년 매출은 ‘얼마’인가요?”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이들의 질문 중 절반에 ‘얼마’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었다. 하긴 ‘얼마’에 대한 관심은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은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리며 새삼 친구들의 연봉을 알게 돼 놀랐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공무원인 자신에 비해 친구들의 연봉.. 돌봄 도시를 향한 녹색불/ 이동호 돌봄 도시를 향한 녹색불 ( <각자도사 사회> 송병기, 어크로스) 이동호 홍성에 배달을 다니다 보면 눈에 띄는 형형색색 건물 몇 개가 있다. 동화 속 궁전 모습을 본떠 지은 건물. 옛 간판 자국을 근거로 추정해 보면 이곳은 유치원과 결혼식장이었다. 도시였더라면 젊은이들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계속 태어나 운영이 잘 되었을 궁전들. 안타깝게도 농촌 소도시에서는 소명을 다한 탓에 지금은 색이 바래고 외부 시멘트가 부서지고 있다. 그 궁전들이 최근에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요양원. “요양병원 수는 2000년 13개에서 2019년 1500개를 넘었고, 요양원은 2008년 1700개에서 2019년 5300여 개로 폭증했다.” 홍성에 새로 생기는 건물 중 많은 수는 요양(병)원 건물이고, 마을 구.. 이전 1 ···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