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그러니까 11월 2일부터 총 17일간 옆 나라 일본에서 7800톤의 오염수가 방출되고 있다. 8월과 9월에 이어 3차 방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알프스’라고 하는 다핵종처리시설로 나름의 처리를 했다고 하는 오염수인데, 사실 이 외에 저절로 바다로 새어나가는 양만도 하루에 30톤 가량이라고 한다. 방류 기간을 30~40년으로 계획했지만 100년 이상으로 무기한 연장될 것이라고도 한다. 사고 원전을 폐쇄하는 작업이 너무나 어려워 진전이 거의 없는 반면, 빗물과 지하수는 끊임없이 흘러들어가 오염수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원전 폐로 작업은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사고 원자로에는 핵연료봉이 녹아 내부 구조물과 뒤엉켜 굳어진 ‘데브리’가 있다. 이는 강력한 방사성 물질을 내뿜고 있기 때문에 제거 작업을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새로운 기구를 개발해야하고 비용과 시간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람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물질, 눈에 보이지 않지만 치명적인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을 다뤄야 하는 그 막막함에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어쩌다 인간은 이런 위험한 물질을 세상에 내 놓게 되었을까.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큰일을 벌여 놓고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하는 짓이다. 비단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880톤의 데브리 뿐일까? 감당할 수 없는 방사성 물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건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용 후 핵폐기물은 수 만 년 동안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10만년 이상 영구 격리해야 한다. 지구상에 핵폐기물 ‘영구’ 처리시설은 딱 한곳, 핀란드에 있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깊은 바위 층에 폐연료봉이 담긴 밀봉 용기를 묻는 시설이다. ‘와, 선진국은 다르구나, 정말 대단하다’하는 감탄이 나오는가? 아니면 그토록 대단한 시설로만 감당이 가능한(실은 감당 가능할지 아닐지는 보장할 수 없는)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에 치가 떨리고 혀가 내둘리는가?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를 보고도 우리는 10만년이라는, 영구 격리라는, 밀봉이라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 자신 있게 담보할 수도 없는 말을 하며 살던 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원전을 선택한다는 것이 실로 어리석은 일임을, 우리는 이제는 알아야 한다. 이미 지어놓은 원전은 건설비 등을 회수한 셈이기에 전력도 저렴하니 쓰던 대로 써야 한다는 말도 얼마나 근시안적인 발상인 지를,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국내에는 당연히 영구 저장시설이 없고 폐기물처리장 설치는 계속 무산되어 왔으며 폐연료봉은 40년 넘게 원전 부지 안에 쌓이고 있다. 그 공간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과연 우리가, 시민사회가, 한국 정부가, 국제 정치가 아이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선물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속수무책으로 쌓여가는 방사성폐기물을, 대책 없이 흘려보내는 방류수를, 그 어떤 것도 막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인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시대다. 재난이 예비된 시대이다.
산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니, 오늘도 이렇게 우리는 이야기한다. 옆 사람과 서로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멈추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아야 된다. 방사성 오염수 방류는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 원자력이 아닌 다른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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