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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녹색당 논평, 칼럼

당원 릴레이 기고 3) 한국 학생이 독일 물리학 교수에게 이메일을 쓴 사연, 유진/ 홍성신문 (2023-09-23)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칼럼을
당원 릴레이 기고 형식으로 홍성신문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독일 유학생인 유진 당원님의 글이 실렸어요.

 

한국 학생이 독일 물리학 교수에게 이메일을 쓴 사연

독일 유학생 유진 (홍성녹색당 당원)

마음속에 열불이 나는 나날이다. 2023년 8월 24일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기어코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가늠하기 어려운 양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독일 언론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자체를 문제삼기보다 방류 이후 중국의 대처와 정치적 상황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 기사마다 안전성이 검증되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와 ‘전문가’ 인터뷰를 담은 문단이 꼭 포함된다.

 

녹색당이 선전하고 기후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을 포함한 기후 위기 시위가 활발한 독일에서는 2023년 4월 15일 마지막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췄다. 이는 독일 녹색당에도 뜻깊은 일인데, 독일 녹색당은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반핵과 탈핵 운동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탈핵을 축하하는 것도 잠시, 불과 몇달 후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기 시작했다.

 

독일로 유학 오기 전 한국에서는 독일 정치의 긍정적인 면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독일의 탈핵 행보에 대한 뉴스만을 접했기에 독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독일 유학 생활 중에 ‘얌전한’ 동양인 학생인 내가 처음 교수님께 장문의 메일을 쓴 일이 있었으니,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물리학 전공은 아니지만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물리학 수업은 유학 생활의 큰 복병이었다. 한국에서도 제대로 배운 적 없던 내용을 독일어로 처음부터 배워야하니 부담됐다. 독일 대학교는 한 과목의 시험을 3번 이상 낙제하면 퇴학당하고 다시는 그 전공을 독일 내 다른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다. 유일하게 물리학 시험에서 한번 떨어진 나는 1년 동안 긴장하며 시험 예상 문제를 갈고 닦아 재시험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머리를 띵하게 만든 시험 예상 문제가 있었다.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문제였다.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등 유해물질이 들어있는데 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독일 수돗물이 기준치를 넘어 오염되는가를 묻는 물리학 문제라니. 게다가 답은 ‘방류해도 문제없다’였다. 나는 ‘혹여나 낙인 찍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라는 마음 속에서 갈등했다. 결국 물리학 시험 통과보다 바다와 미래를 지키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교수님에게 보낸 메일을 짧게 옮기자면 이렇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한국에서 온 학생입니다. 1. 한국처럼 일본과 근접한 나라의 사람들과 수산업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큰 타격을 받습니다. 2.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치적 문제를 시험 예상 문제로 낼 때, 이 답을 근거로 학생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찬성할까 두렵습니다. 3.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퍼지면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시험 문제처럼 유해한 방사성 물질이 전 세계 바다에 같은 농도로 퍼지는 것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며칠에 걸려 쓰고 몇 번이나 읽고 고친 메일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물리학 교수님은 기후 위기 시대에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추는 게 우선이고 핵발전소를 유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셨다. 기후 위기는 전체 인류를 위협하지만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그 지역에서만 사람들이 못 살게 된다는 논리를 펼치셨다. 독일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탈핵을 지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과 현실은 달랐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고 핵발전소를 늘려 전기 생산을 유지하고, 성장을 지향하는 게 과연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옳은 일일까?

 

핵발전은 고준위핵폐기물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방법이다. 게다가 고준위핵폐기물을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으니 처리 비용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어서 결코 싸다고 말할 수 없다. 동시에 핵발전은 불평등이다. 전력사용이 많은 대도시의 중심에 핵발전소가 있는 나라는 없다. 서울 용산에, 일본 도쿄에, 독일 베를린 한 가운데 핵발전소가 있는가? 서울시민들은 전기의 혜택만 받고 왜 밀양의 할머니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전 세계 바다가 오염되는 문제이다. 지금 당장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독일의 피해가 적다고 해도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주민들과 한국, 일본의 어민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방사성 물질로 인한 피해는 30년, 10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할 것이다.

 

내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여부를 40~60대 중산층 이상의 대다수 남성인 ‘지식인’과 ‘전문가’가 결정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후쿠시마 오염수는 내가 살아온 나날들보다 더 오랜 시간인 30년 이상 매일 방류될 것이다. 2023년 8월 24일에 태어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30살이 될 때까지 매일 460톤의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다는 이야기다. 삼중수소와 탄소14, 세슘137, 요오드129, 스트론튬90 등의 유해한 방사성 물질은 금새 증발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생태계에 잔재하며 생물의 몸에 축적되어 결국에는 인간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집단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40-60대 IAEA ‘전문가’들이나 일본 정치인들이 아니라 인간의 의사결정에 어떠한 의견도 내지 못한 바다 생태계이고, 영원히 오염된 바다를 감당해야 할 어린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청소년의 목소리와 생태계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http://www.h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826 

 

한국 학생이 독일 물리학 교수에게 이메일을 쓴 사연 - 홍성신문 내포타임즈

마음속에 열불이 나는 나날이다. 2023년 8월 24일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기어코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가늠하기 어려운 양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독일 언론은 후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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