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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녹색당 논평, 칼럼

송전탑 반대 주민 릴레이 기고 15. ‘밀양’에서 날아온 화살/ 풀무학교 학부모/ 2026.09.07

 

 

10년 전, ‘홍동마을’에 땅을 보러 내려간 적이 있었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함께 집을 짓고 살면 어떨까, 싶었다. 주변에 있었던 밝맑도서관, 느티나무헌책방, 마을활력소도 너무 좋았지만, 나의 몸은 그때 먹었던 ‘오디’로 홍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누구네 집 마당도 아닌 논두렁 초입, 느닷없이 서 있는 뽕나무에 팝콘처럼 큼직한 오디가 팡팡팡 매달려있었다. 달고, 맛났다. 하지만 인연이 없어서 결국 집을 짓진 못했는데, 뜻밖에도 큰 아이가 ‘풀무학교’를 다니면서 홍성으로 오가는 일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그이후 줄곧 20년째 용인에 살고 있으니, ‘토박이’는 아니어도 ‘반박이’ 정도는 될까? 그 사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특례시’가 되었지만, 용인은 여전히 ‘도농복합’의 이미지가 상징적인 도시다. 그런데 이 ‘복합’이란 말에는 ‘하나가 된다’는 조화의 의미보다, 결국 한 도시 내에도 존재하는 어떤 ‘도농격차’를 의미할 따름이다.

부동산 투기과열지구로 뉴스에 언급된 적은 있지만, 요즘처럼 용인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이 된 적이 있었을까? 2019년 ‘SK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용인에 들어올 때 ‘축! 환영’이라는 거대한 현수막이 이상하고 낯설게 보였다. 그러나 그뿐, 용인에 살면서도 그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반도체 일반산단의 일방적 추진과정이나 정치적‧기술적인 문제들을 ‘밀양의 송전탑’과 연결해서 들여다보질 못했다. 정작 가까이서 일어나는 국가정책의 폭력성에는 귀 기울이지 못했다. 대기업의 공장이 또 하나 들어서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을까?

‘강남까지 16분이면 도착’한다는 민자철도 신분당선의 광고문구처럼, ‘베드타운’으로 조성된 수지구 주민들에게 서울은 같은 생활권으로 인식된다. ‘그렇게’ 강남으로, 종로로, 서울 출퇴근만 20년 째인 나는, ‘그만큼’ 비수도권이나 지방, 특히 농촌지역의 문제에 대해 한 발 멀어져 있다. 때문에 ‘밀양 이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말은, 송전탑에 대한 국가정책의 비판인 동시에, 나 스스로 화들짝 놀랐던 화살이기도 했다. 잊고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전기는 여전히 눈물을 타고 흐르고 있다’는 것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대해서는 많은 글이나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데, 문제점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탄핵정권 이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처리된 졸속행정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엄청난 양의 전력과 용수의 공급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2024년 12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는데도, 12월 26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국토부 승인을 받는다.

한편, 원전 16기 분량의 전력과 하루 133만 톤 이상의 용수를 공급돼야 하는데, 말은 쉽지만 가늠하기도 어려운 엄청난 양이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었고, 수많은 송전탑을 새로 건설해 전남에서부터 전력을 끌어오는 계획안도 일사천리 통과됐다. 때문에, 여러 지역 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커지자, 최근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로 광주 군 공항부지를 활용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지난 6월 29일 발표한다. 이를 통해 용인과 호남 동시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전력을 대량 생산하는 ‘호남’이 개발계획에 포함되었고, 전력의 생산시설과 소비하는 산업시설의 거리를 줄이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측면에서 보자면 어느 정도 합당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우려하던 문제는 해결된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본질적인, 그러니까 밀양 때부터 계속된, 세 번째 문제는 여전히 ‘외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논란으로 수도권을 위한 ‘비수도권의 식민지화’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들린다. 아니, 산업화와 개발의 광풍이 일었던 1960~70년대부터 지방과 농촌의 식민지화는 이미 시작된 거였다. 국가주도의 개발정책은 2000년에 들어서도 멈추질 않았고, 밀양의 목소리는 폭력적으로 지워졌다.

재생에너지의 메카인 덴마크에서는 이러한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보상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공적 편익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는데, 우리는 아직 해당 주민들, 시민사회의 의견에 귀를 닫고 있으니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밀양에서 외면됐던,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용인이든 호남이든,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뿐이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하승수 대표도 2026년 하반기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아직은 토지매입률이 38%에 불과하지만, 보상이 완료되고 공사가 시작되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면적은 11,856㎢로, 전체의 12%가 채 안 되는데, 전체 인구의 50%가 넘는 2610만명이 거주한다. 그런데 서울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경기·충청권의 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분산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에 포획된) 수도권의 확대를 의미한다. 수도권은 끊임없이 사람도 전기도 빨아들이는, 중력이 너무도 큰 블랙홀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수도권을 비판하면서도, 20년 넘게 용인 수지에 살고 있는 건 한편으론 모순이다.

아이의 학업과 맞벌이 부부의 직장이라는 현실적인 핑계를 대 보지만, 이미 알고 있다. 궁색한 변명이라는 걸. ‘그래, 생각난 김에 우리도 10년 전 보러갔던 홍동마을로 당장 내려가자’고 하는 건 드라마틱하지만, 무턱대고 그랬다간 아내에게 등짝을 맞을 일이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보자. 농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수도권에 사는 주민으로서 수도권에 집중되는 전력에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없을까?

송전탑 건설반대나 용인 반도체 산단 전면 재검토라는 농촌과 지역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연대하면서, 에너지자립도가 낮은 수도권이 타지역의 전기를 끌어와 사용할 때 전기요금을 다르게 지불하는 환경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동네 전철역 입구에 ‘국가산단 사수 시민대책위원회’가 내건 현수막이 또 있었다. “여론은 이미 말했다. 반도체 국가산단 원안대로 추진하라!” 송전탑 반대 현수막이라고 옆에 걸어야 하나? 그 ‘여론’을 구성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거기서 배제되는 이들은 또 누구일까? 현수막을 지나 저녁 가로등 아래 가로수를 보니, 문득 홍성의 그 ‘오디나무’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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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서 날아온 화살

10년 전, ‘홍동마을’에 땅을 보러 내려간 적이 있었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함께 집을 짓고 살면 어떨까, 싶었다. 주변에 있었던 밝맑도서관, 느티나무헌책방, 마을활력소도 너무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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