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밀양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용회마을 주민 네 분과 대책위의 활동가 두 분이 <탈탈원정대> 북콘서트를 위해 오셨습니다. 밀양손님들은 일찍 도착하셔서 홍동 에서 간단하게 지역 소개를 받고 직접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셨습니다. 젊은이와 아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부러워하기도 했고 로컬푸드의 할머니가게에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동네 식당에서 저녁을 드신 후 시작한 북콘서트는 여섯 분 손님들의 자기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밀양에 관한 자료를 꼼꼼히 봐왔다면 이미 알 만한 유명(?)한 분들입니다. 용회마을 주민들은 마지막 농성장에 있던 분들이기도 하고, <탈탈원정대> 4코스(삼척-울진-영덕-밀양)의 원정대원이기도 합니다.
홍동사람들이 질문하면 밀양손님들이 답하는 식으로 두 시간 이어졌습니다. 늘 그렇지만 큰 어려움없이 사는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감탄하는 것은 고난을 겪어도 더 단단해지고 빛나는 인간정신입니다. 사람대접을 못 받았으나 누구보다도 사람답게 살아내고 계신 분들과 함께 한 귀한 자리였습니다.
손님들이 바로 떠나 아쉬웠습니다. 남은 세월 탈핵을 실천하러 다음날 영덕으로 가신다고 합니다. 이번 북콘서트는 2억이 넘는 벌금과 법률기금을 모금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미처 다 팔지 못한 책과 용회바느질방의 수세미, 비누는 갓골빵가게에 판매를 부탁했습니다.
공식후원계좌 : 농협 301-0164-5386-11(밀양송전탑법률지원 모금위원회)
나는 밀양 할매 할배다
나는 세상이 ‘밀양 할매 할배’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밀양시 부북면·상동면·산외면·단장면, 밀양 송전탑 경과지 4개면에서 아직까지 한전의 보상금을 받지 않고 버티고 있는 225세대를 말한다.
우리는 졌다. 10년간 싸웠는데 졌다. 철탑은 다 들어섰고, 동네는 한전이 준 돈 몇 푼으로 그 돈 받은 사람과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사람으로 갈라져 있다.
손녀뻘 되는 여자 용역이 우리 할매들한테 xx년이라고 했다. 그때 내 칠십 평생이 푹 꺾이고 말았다. 나는 그때 죽고 싶었다. 그날, 밀양 송전탑 현장에 용역이 처음 들어오던 2012년 1월 16일, 바로 그날 저녁, 이치우 어르신이 결국 분신자결을 하고 말았다.
나는 이 싸움을 하면서, 이 나이 되도록 별로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인생의 의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밥만 먹고 산다고 다 사는 거냐, 버러지처럼 살아도 한 인생이고, 범강장달이 같은 자식 낳고 등 따시게 사는 것도 한 인생이지만, 그렇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거. 몇 년을 찬바람 시린 바람 한뎃잠 자며 고생은 했지만, 뭐가 옳고 뭐가 그런지를 분간할 줄 아는 게 사람이라는 거. 옳은 일에 몸 던지고, 돈 몇 푼에 정신을 팔아먹지 않고 사는 게 진짜 사는 거라는 거를.
나는 전기를 많이 쓰지 않는다. 여덟 시면 졸려서 텔레비전을 더 볼 수도 없다. 한 달에 전기요금 만 원도 안 쓰는 내가 전력대란의 주범으로 한때 보수언론을 수놓았다. 연대자들이 가르쳐주었다. 전기는 지금 남아돈다고. 그런데 왜 전기가 모자란다고 핵발전소를 짓고, 핵발전소를 더 지으면 송전선이 모자란다고 또 송전선을 깔고, 그래서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고 살이 떨리는 765kV 송전선을 여기저기 깔고, 보상금으로 마을 사람들 서로 싸우게 하고, 평생 일구어온 재산을 빼앗고, 이게 이래서 되겠느냐 말이다. 이렇게 해서 이 나라에 사람이 살겠느냐 말이다.
사람들은 나를 두고 칭찬들을 해 준다. “큰일 하셨다”고. 덕택에 수십년간 꿈쩍도 하지 않던 핵마피아, 전력마피아들의 독재에 큰 흠집이 났고 전력정책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고.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나는 발로 뛰어서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밀양 할매 할배’다
남은 세월, 탈핵을 실천할 것이다
나는 고준길이다. 단장면 용회마을에 산다.
대책위에서 ‘탈핵 탈송전탑 기행’을 제안했을 때, 우리 용희마을은 핵발전소 지역을 가겠다고 신청했다. 그동안 싸워오면서, 송전탑만 막아서 될 일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핵발전소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삼척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 반핵운동의 역사에서는 상당히 특별한 곳이다. 수많은 투쟁이 있었지만 끝내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곳들과 달리, 지금까지 내내 승리의 역사를 이어온 것이다. 핵발전소 두 번, 핵폐기장 한 번, 그리고 이번 주민투표까지, 그래서 삼척의 경험은 매우 귀하다.
영덕의 사정은 절박하다. 영덕까지 신규 핵발전소가 무산된다면 핵마피아들에게는 정말로 큰일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영덕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최소한 삼척수준까지는올라서야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주민투표를 통해 "핵발전소를 들여오지 않겠다"는 군민의 집단적인 의지가 확인되어야 한다. 많지 않는 사람들이 반대투쟁을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영덕에 자주 와서 일을 거들고 싶다. 만약 영덕이 이번에 막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울진이 그러하듯이, 10기까지 혹은 핵폐기장까지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곳곳에 초고압 송전탑이 세워질것이다. 한번 받아들이게 되면 금세 체념하는 정서가 형성되고, 지역경제도 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서서히 `볼모`가 되어갈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승리한다면 영덕도 삼척의 길을 갈 수 있을것이다. 영덕은 반드시 삼척의 길로 가야 하고, 그것이 또한 대한민국을 탈핵의 길로 이끌어줄 것이다. 영덕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탈핵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 할 것인가. 쉽지 않은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이틀 동안 내가 보았던 많은 장면들,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알리고 싶다. 그리고, 옥원리든 신화리든 영덕이든, 내 힘이 필요한 곳이라면 힘 닿는 데까지 돕고 싶다. 나는 남은 세월 동안 탈핵을 실천하고 싶다. 꼭 그렇게 할 것이다.
글은 온현경당원께서 발췌 및 작성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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