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녹색당 논평, 칼럼

송전탑 반대 주민 릴레이 기고 11. 국가사업이란 이름으로 송전선에 내 하늘까지 빼앗길 수는 없다, 풀무고 창업생 이수형/ 홍성신문 2026.06.12

인어 2026. 7. 12. 18:41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아니 앞으로 살아갈 생명들에게 뻥 뚫린 하늘이란 풍경은 어디로 가야 볼 수 있는 모습일까. 온라인 자료와 문학 속에만 존재하는 풍경이 되지는 않을까? 철탑 8000개가 전국에 3855km나 늘어선다니. 반도체 그리고 국가의 미래라는 AI 기술 주도권이 뭐길래. 아직 몇십 년을 더 살아갈, 매해 세상을 맞이할 모든 생명의 아름다운 하늘을 검은 전선으로 대체할 만큼 중요하다는 걸까? 500m마다 들어설 송전탑을 생각하니 어쩌면 앞으로 지금 우리의 하늘은 해외로 떠나야만 가능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용인반도체산단은 우리를 먹여 살리지 않는다. 우리 마을에 놓일 철탑과 송전선은 농사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GDP도, 반도체도, 대기업의 성장도 벼 한 알 자라는 데 아무런 도움 주지 않는다.

수십 년을 관리한 농지에 제멋대로 꽂힌 철탑은 상상만 해도 속이 썩는다. 땅값 하락은 따 놓은 당상이고 농사일도 불편해질 것이다. 송전선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영향받을지는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다. 각종 발전소, 폐기장, 산업단지 등등 안 좋은 건 죄다 비수도권 농촌에 가져다 두고 농지와 자연환경까지 앗아가면 여기엔 무엇이 남을까.

누구를 위한 ‘국가사업’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사업이란 말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주권을 농락하고 조작하기 위한 선전 문구다. 주권을 가진 국민 없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아니고 국민에게 해가 되는 국가사업이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국가사업‘이란 말은 오히려 우리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국가가 결정한다는 건 국민이 결정한다는 뜻이지 대한민국은 상위 1%와 기업을 위한 국가일 수 없다.

송전선로가 들어선 뒤, 나와 내 이웃이 매일 가는 논밭 곳곳에 국가의 이름으로 박힐 아파트 20층 높이의 송전탑. 어디를 가나 보이지 않는 곳 없이 불쑥 올라와 있을 거대한 쇠기둥 풍경을 누가 어떻게 보상할까. 어릴 적 알던 논에 비친 일출을 송전선 없이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삶, 태어나서부터 송전선의 붉은 항공장애 등이 가득 채운 밤하늘밖에 볼 수 없는 아이들의 삶은 보상 가능하지 못하다.

‘생활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수도권 집중이다’ ’지역소멸위기로 귀농귀촌 지원사업을 확대하자‘ ‘초고령화 속 농촌 돌봄이 중요하다’ 외치는 지역에서 인공지능기술(AI) 발전 공약을 내는 후보는 제 집 옆에 송전선 들여오고픈 게 틀림없어야 한다.

한번 박힌 송전탑이 다시 뽑히는 일은 본 적이 없다. 농지를 가로지르며 닦인 송전선로는 더 커지면 커졌지 그 전기의 수요가 다시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다행히도 아직 국가사업을 인공지능기술(AI)이 설계하고 결정하진 않는다. 아무리 거대한 흐름으로 진행되는 사업 같아 보여도 결국 쌀밥 먹는 사람이 계획했고 뒷간 가는 사람이 결정하는 일이다.

그들이 기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도 핵심은 결국 같은 주권을 가진 사람이다. 뻔하고 당연한 얘기인 만큼 더 당당하게 내뱉을 수 있고 경험이 없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이기에 요구할 수 있다.

제복을 입고 몽둥이를 든 표정 없는 경찰이 무섭고, 밀고 들어올 불도저가 두렵고, 부어오를 어르신들의 눈과 매일 쉰 목으로 소리칠 부모님, 몇 배는 큰 중장비 앞에 서 있을 친구들과 이웃들의 모습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들이 해쳐놓고 갈 우리 땅, 가족, 마을 공동체.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내 가족, 내 동생, 우리 아이들이 매일같이 쳐다볼 하늘과 땅에 박힌 송전선로다. 친구 집 뒤에, 학교 옆에, 노을 앞에, 밤하늘에, 머리 위에, 하늘 안에.

송전선로 반대 현수막과 비교해서 선거 현수막을 보며 우리의 목소리가 턱없이 작아 보인다고 느낀다. 먹고살기 바쁜 주민들 뒤에서 사업이 진행되니 길가다 송전선로 반대 현수막 한두 개 보이면 그제야 ‘아 우리 싸우고 있구나’ 하고 안다. 선거 현수막도 많이 걸려 있어서 남의 동네와도 ‘아 여기는 누가 출마하는 구나’하고 안다. 마을을 현수막으로 수놓는 게 보기 싫고, 현수막 거는 데 돈 쓰는 것도 싫다. 그렇지만 논밭에, 밤하늘에 제멋대로 서 있을 송전탑보다 보기 싫을까. 그리고 송전선로를 막아내면 매일 볼 밤하늘과 붉은 노을 지켜냈으니 두고두고 그만한 가성비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 함께 요구하고 소리치는 게 송전탑 보며 한탄하고 울분 나는 것보다 낫다. 송전선로 들어서고 언젠가 다시 착취당할 곳으로 혹은 착취하는 도시로 이사 가는 수고와 비용보다 싸우는 게 좋겠다.

우리는 여러모로 잠식되고 있는 것 같다. 송전선로와 국익이라는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의 마케팅 앞에서 하늘과 농(부,사,촌,지)의 모든 것을 갉아먹힌다. 인공지능기술(AI)과 자본에게 농촌은 식민지일 뿐이다. 서울중심주의 앞에서 우리는 그저 송전선과 철탑이 밟고 지나갈 그런 역사와 삶, 역할일까? 이것 또한 명백한 내란이라 부르고 싶다. 이것은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무엇보다도 국가의 문제다. 전국 모든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일이다. 우리도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알리고 힘을 모으고 펀드를 열어 더 많은 송전선로 반대 현수막을 걸자. 제복을 입고 불도저를 타고 올 그들에게까지 같은 국민 동지로서 호소하자. 네가 먹을 식량을 생산하는 논밭을 지키고 올려다볼 하늘을 그대로 두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를 헤쳐놓지 말라고. 무엇을 위한 송전선로인가. 누구를 위한 국가사업인가. 쌀은 어디서 나고 밤하늘은 어디 있나. 국가는 어디서 나고 주권은 어디 있나.

출처 : 홍성신문(https://www.h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