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소소당당] 변화를 위한 서평단

민주주의는 여전히 유일한 대안이다, 장정우

인어 2025. 2. 8. 22:29

지난해 12월,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을 8년 만에 다시 외치게 됐다. 지난 2016년 유아차 부대가 앞장서 촛불로 어두운 세상을 밝혔듯, 2024년에는 2030 여성을 필두로 응원봉이 어두운 밤을 밝혔다. 그런데도 마음속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 것은 2016년 촛불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들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고, 채상병 특검법과 양곡법 등 민생 관련 법안들에 번번이 거부권이 행사됐다. 비상계엄이 있었고,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모였음에도 자리를 뜨는 국회의원들의 발길을 멈춰 세우지 못해 한없이 무력함을 느낀 날도 있었다.

탄핵이라는 엄중한 심판 후에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양곡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집회신고를 하고 상경하는 농민들을 경찰이 남태령에서 막아 세웠다. 분명 2016년 촛불은 어둠을 밝혔지만, 그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기존의 제도 정치에 제동을 걸고 경종을 울렸지만, 새로운 장이 열릴 때 우리는 다시 ‘투표권만 가진 주권자’가 됐다. 그러니 2024년의 ‘응원봉’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정치 시스템이 우리 민중의 염원을 담아내지 못하는 지금, 차오르는 분노가 해소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 것인가. “방법은 하나뿐이다. 즉, 시민들이 상시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 기성의 정치가들이 민중의 의사를 정당하게 대변하는 정치를 하도록 강제해야 하는 것이다.”(《녹색평론》 152호, 11쪽)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에 늘 날카로운 대안을 제시해 온 《녹색평론》은 “민주주의는 여전히 유일한 대안”이라며 ‘시민의회’라는 대안을 여러 차례 제시해왔다.

시민의회란, “전국의 평범한 시민 중 (제비뽑기에 의해) 무작위로 뽑힌 대표자들이 자유로운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규모의 회의체(mini-publics)를 구성해, 거기서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서 국가나 지방의 주요 현안을 의논·결정하여 국회와 정부로 하여금 이 결정을 수용하게 만드는 ‘숙의민주주의’적 제도이다.”(같은 책, 11쪽) 낯설게 느껴지는 시민의회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구현되고 있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캐나다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와 인구수가 유사한 프랑스에서도 2018년 한 해 동안 1만 회의 시민의회를 개최했다. 2019~2020년에는 기후위기 대응 시민의회가 열리기도 했다.(《녹색평론》 187호, 170쪽)

시민의회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우선 일반 시민이 자신의 일상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안을 정치적 의제로 만들 수 있다. 지금의 선거에 기초한 대의제하에서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요구를 대변해 줄 것이라 기대되는 대리인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인데 반해, 시민의회가 도입되면 시민들이 직접 무엇이 정치적 의제인지, 어떤 사안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 예컨대 프랑스에서 시민의회 권고를 통해 2023년에 단거리 항공편 운항이 금지된 바와 같이 기후변화가 진지하게 정치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

두 번째, 지금의 국회보다 훨씬 더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의회를 구성할 수 있다.(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의 80%가 남성이며 직업으로는 82%가 직업정치인과 법조인이다. 나이로 분류할 경우 50대 이상이 256명, 40대 30명, 30대 14명, 20대 ‘0명’이다.) ‘제비뽑기’를 통해 대표자들을 뽑는 개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방식이 매우 익숙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여론조사는 통계적으로 구성원 전체와 같은 특성을 가진 표본을 무작위로 산출하는 표본 추출 방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시민의회는 여론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시민들을 뽑아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의회를 구성하고, 전문가가 제공하는 풍부한 자료를 학습하고 시민들 간의 토론과 숙의를 거쳐 결과를 도출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비상계엄 이후 주말과 평일 가릴 것 없이 시민들이 광장에 모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자고 여기에 모이지 않았다.”(김해자, <여기가 광화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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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여전히 유일한 대안이다 - 홍주일보

지난해 12월,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을 8년 만에 다시 외치게 됐다. 지난 2016년 유아차 부대가 앞장서 촛불로 어두운 세상을 밝혔듯, 2024년에는 2030 여성을 필두로 응원봉이 어두운 밤을 밝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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