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이제는 바꾸자!, 이동근/ 홍성신문
전국 곳곳마다 지역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즐비하다. 지자체마다 지역특산물, 역사, 인물, 지연환경, 전통민속, 문화예술 등의 주제로 수없이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지난 8월 21일자 브리핑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지역축제가 2019년 대비 32.35% 증가했다고 한다.
홍성군에서도 매년 축제·행사는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큰 잔치’라는 축제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그 분위기가 잔치와는 거리가 멀다. 특색 없이 획일화된 지역축제에는 늘 경품과 무료식사가 따르고, 비싼 출연료를 들여 연예인을 초청하여 주민을 동원하고 있다. 경품과 무료식사, 초청가수 없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흥이 나는 축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홍성군의 한 해 행사·축제 경비는 대략 60억원에 이른다. 이 예산으로 홍성군민들이 정말로 매년 행복했을까? 오히려 너무 잦은 축제로 피로감만 쌓인 것은 아닐까? 과연 홍성군민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어떤 지역축제인지 따져볼 일이다. 예산으로 편성된, 한번 시작한 축제를 없애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늘어나고 있는 지역축제의 실태를 분석하고 지속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예산낭비를 줄이고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민간이 아닌, 행정 주도의 지역축제는 지자체장과 고위공무원의 운영철학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질적인 평가는 뒤로 한 채, 축제참가인원 등 단순히 양적인 평가에만 머물면서 성과를 부풀릴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예산낭비의 가능성, 예산집행의 불투명성은 더욱 커진다.
홍성군의 예산감시소식을 전하는 웹진 <월간 홍시>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에서 영수증 결제건수를 기준으로 추정한 41만명이라는 참여자 통계수치는 과장됐으며 축제비용 측면에서도 약 2억원 가량의 적자를 본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월간 홍시>는 축제예산을 외지인에게 퍼주기보다 차라리 어려운 축산농가에게 직접 지원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면서 근본적으로 예산지출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올해도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이 열렸다. 지난해보다 예산을 대폭 늘려 추진했다고 한다. 축산의 고장 홍성군의 축산물을 3일 동안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게 이 축제의 주된 테마이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이번 축제가 ‘백종원’으로 상징되는 ‘더본코리아’라는 외지기업의 거대한 영업장이자, 홍보의 장으로 보였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주말과 주중 가릴 것 없이 온갖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하는 군의원들을 볼 때면 전체 의정활동 중 지역행사의 참석비중이 꽤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축하를 위한 참석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히 내빈으로 인사받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행사가 지역주민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 예산은 적절히 쓰이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의원 본연의 역할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홍성군이 대표축제로 내세우는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부터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을 마련하여 다음년도 예산에 반영해 보자.
전국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늘고 있는, 판에 박은 듯한 지역축제는 이젠 그만하고, 대신에 홍성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이 행복할 수 있는 우리들의 축제로 그 방향을 전환하자. 한정된 예산이라면, 100개의 행사를 10개로 줄여 10배로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홍성군이 그러한 전환의 첫 번째 지자체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https://www.h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