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녹색당 논평, 칼럼

“만약 내가 바비큐페스티벌을 기획한다면?”, 신은미/ 홍주일보

인어 2024. 11. 18. 16:43

 

“우리의 생명·삶은 누군가가 내게 바치는 희생 없이는, 그리고 동시에 내가 누군가에게 바치는 희생 없이는 한순간도 영위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김종철, <백합이 썩을 때> 중)

 

정월대보름이나 마을총회 날이면 그 동네 돼지농사 짓는 사람이 돼지 한두 마리를 희사해 온 동네 사람들이 나눠 먹던 시절이 있었다. 회관 마당에서 돼지를 잡고 하루 종일 잔치가 열렸다. 저녁이면 아버지는 돼지고기 한두 근을 신문지에 싸서 돌아오셨고 고기는 저녁상에 올라 식구들의 찬거리가 되었다. 살이 별로 없는 등뼈를 가져오시는 날에는 콩을 갈아 푹 삶은 비지탕으로, 살코기라면 불고기를 하고 양념까지 밥에 싹싹 비벼 먹던 기억이 난다. 고기가 귀해서인지 더 맛있었고, 그래서인지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돼지똥조차 거름으로 쓰기 위해 얻어가는 순번이 정해져 있었다. 어린 시절 ‘고기’나 ‘육식’에 대한 기억이 지금처럼 부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먹거리로서의 고기는 돼지를 키우는 사람, (사)먹는 사람, 마을과 농사가 모두 연결돼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서로에게 감사히 먹고 먹히는 ‘공희(共犧)’의 윤리가 자연스럽게 작동됐던 것이다. 

 

지난 1~3일 사흘간 열린 ‘2024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 in 홍성’에 다녀온 후 ‘고기’와 ‘육식’, 그리고 ‘페스티벌’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페스티벌’이 함께 나누고 즐기기 위한 ‘잔치’의 자리이고, 내가 만약 축제 기획자라면 홍성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공희’의 관점에서 구상해봤다. 

 

△축제명을 ‘홍성글로벌바베큐페스티벌’이 아니라 ‘홍성공생잔치’라고 한다. △‘소시지를 손에 든 채 웃고 있는 돼지 조형물’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인간의 먹거리가 되는 모든 생명들에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해야 입장할 수 있는 작은 터널을 만든다.

 

△우리 지역에서 키운 가축만 취급하고 가공품은 최소화한다. 어느 마을 누구네 농장에서 어떻게 길러진 고기인지 알고 먹을 수 있도록 표지판을 만든다. 

 

△가축을 기르고 논밭을 일구는 농부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고마움을 전하게 한다. △단위 면적당 사육 두수가 적고 농업 부산물을 먹이로 활용하며, 분뇨를 순환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농장의 축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축산도 유기농으로 전환해야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 특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축산물은 생산비용은 물론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하는 가격으로 책정해, ‘싸게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제값으로 적게’ 팔도록 지원한다. 

 

△어렵게 생산한 축산물이 낭비되지 않도록 통소비를 유도, 모든 부위를 요리에 사용하고 구이 이외에 다양한 요리법을 도입한다. ‘고기’ 위주가 아니라, 지역 농산물에 고기를 조금 곁들여 풍성하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선보인다.

 

△고기부스 만큼 채식부스를 만들어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은 물론 누구나 맛있고 다양한 채식요리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지역 관광객보다는 우리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게 한다. 

 

△외부 자본이나 유명인을 끌어오는 데 많은 예산을 쓰기보다는 지역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해 소박하더라도 지역 주도적인 축제로 만든다. △축제장에서는 홍성 지역화폐를 사용하게 해 돈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한다.

 

△자기 식기를 가져온 사람에게 지역 농산물 쿠폰이나 지역화폐를 선물한다. 식기를 못 가져온 경우, 일정 비용을 받고 식기를 빌려준 후 반납하면 돈을 돌려주는 보증금제도로 운영한다. 축제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발생량은 공개한다. 

 

△담뱃갑에 담배의 유해성 경고문구가 있듯, 고기 생산과 소비로 인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동물 착취 등에 대한 우려점을 게시한다. 특히 축제장에서 판매되는 음식마다 얼마만큼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지 안내한다.

 

△지난 10일 일요일 복개주차장에서 열린 제1회 홍성비건페스티벌(인스타에서 검색)의 모범적인 행사 운영을 적극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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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바비큐페스티벌을 기획한다면?” - 홍주일보

“우리의 생명·삶은 누군가가 내게 바치는 희생 없이는, 그리고 동시에 내가 누군가에게 바치는 희생 없이는 한순간도 영위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김종철, 중)정월대보름이나 마을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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