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소소당당] 변화를 위한 서평단

꿀벌과 함께 넘어야 할 산, 이동호

인어 2024. 10. 31. 22:24

소규모 양봉을 시작한 지 3년 차, 우리 집 텃밭에는 벌통 10군이 또 한번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시기 꿀벌에겐 두 가지 중대한 고비가 있다. 이 두 고비를 넘지 못하면 꿀벌은 겨울이란 산을 넘지 못한다.

하나는 벌통 내부에 있다. 바로 응애. 진드기는 꿀벌 애벌레의 체액을 빨아먹는다. 이로 인해 꿀벌은 병약하게 태어난다. 벌통에 상존하는 응애는 8월에 가장 많은 개체수를 갖는다. 덥고 습할 때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꿀벌의 입장에선 응애 피해로 병약하게 태어난 벌이 겨울준비에 부실해져 겨울을 지내지 못하게 된다. 

또 다른 중대한 적 등검은말벌이다. 

말복이 되면서 등검은말벌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벌통을 배회하며 꿀벌을 한 마리씩 채가는데 하루에도 수십 마리가 오기 때문에도 수백 마리가 잡아먹힌다. 

꿀벌이 줄어든 만큼 말벌 수는 점점 많아진다. 말벌은 육식성 곤충으로 원래 꿀벌을 사냥해 왔다. 

그래도 토종 말벌과는 균형을 이루며 공존해 왔다.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등검은말벌로 먹이의 80%가 꿀벌이다.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로완 제이콥슨/ 에코리브르/ 1만 6000원
 

등검은말벌은 열대지역에서 왔기 때문에 원래 우리나라 겨울을 견디지 못했다. ‘추위’가 천적이었다. 더위가 길어지면서 말벌도 응애도 살기 좋은 기간이 늘어났다. 겨울마저 따듯해지면서 양봉가에게 겨울은 점점 어려운 고비가 되고 있다.

친구들에게 꿀벌 이야기를 들려주면, 곤충에 대한 보통의 혐오감과 다르게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한다. 그건 꿀벌 특유의 공익성과 귀여운 외모 덕분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꿀벌이 사회를 이루며 산다는 점이 사람들의 매력을 끈다. 

책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은 꿀벌의 매력을 더욱 재미있게 풀어준다. 꿀벌의 생태와 더불어 책은 미국에서 시작된 꿀벌 군집붕괴현상(CCD)을 추적한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인간이 기르는 가축은 산업화 이후 폭발적 증가를 해왔다. 지구상 동물의 97%가 인간과 인간이 먹기 위해 키우는 동물이다. 야생동물은 3%에 불과하다. 인간 영역이 증가하는 추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독특하다. 저자는 인류가 꿀벌을 생산성 중심으로만 육성했던 점, 그 외 면역력, 건강에 관련한 요소를 중요시하지 않은 점, 문제가 생기면 약품으로 해결하려 했던 관행에 대해 짚는다.

“우리는 상호연결성이 빛을 잃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수십 년간 우리는 농업 시스템에서 마지막 한 방울 남은 효율까지 다 짜내 썼다. 그 와중에 복원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군집붕괴현상을 유발한 단 한 가지 요인만을 열심히 찾는다는 건 핵심을 놓치는 일이다. CCD는 꿀벌 응애와 마찬가지로 더 큰 질병, 즉 화석연료, 화학약품, 나쁜 생활 방식, 현대문명의 속도 등이 함께 만든 질병의 한 증상일 뿐이다. 시스템 불균형이 핵심이다. 거대 산업 영농이 지역 영농으로 대체되지 않는다면, 늘 또 다른 기생충과 바이러스와 정체불명의 몰락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단지 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환경이 죽어가고 있다.”(229쪽)

꿀벌이 곤충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는 꿀벌이 없으면 먹지 못하는 야채, 과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름 모를 곤충들이 멸종돼 왔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어떤 사태가 인간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때만 뭔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챈다.’ 인간이 관리하는 곤충조차 더는 버티지 못하고 붕괴하는 지금. 꿀벌은 사라져 가는 곤충을 대표해 우리에게 자연의 상태를 전해주고 있다. 

곤충이 없는 세상의 파급력은 단순히 식량 문제를 넘어서 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꿀벌에 대한 지식도, 생명에 대한 감각도 깨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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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함께 넘어야 할 산 - 홍주일보

소규모 양봉을 시작한 지 3년 차, 우리 집 텃밭에는 벌통 10군이 또 한번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시기 꿀벌에겐 두 가지 중대한 고비가 있다. 이 두 고비를 넘지 못하면 꿀벌은 겨울이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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