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소소당당] 변화를 위한 서평단

‘황홀한 출산’을 위해, 노승희

인어 2024. 9. 16. 14:15

엄마의 출산이야기는 이후 자라면서도 나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죽을 뻔했던 애가 다행히 잘 살아남았다고, 인중이 길어서 목숨을 부지했다, 태어날 땐 그렇게 서두르더니 왜 이렇게 행동이 느리냐 등등 나의 출산이야기를 아는 친척 어른들은 나에게 한마디씩 하곤 했다. 임신 후기 임신중독증에 걸린 엄마는 팔삭둥이인 나를 낳아야 했다. 하룻밤 이상 진통을 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긴급하게 세로로 배를 절개해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1.8kg 미숙아로 태어난 나는 인큐베이터 생활을 했고, 그 이후에도 패혈증에 걸리는 등으로 죽을뻔하는 바람에 엄마아빠를 애먹였다. 그 때문인지 나는 외동이다. 

이렇게 애먹은 출산스토리를 들으며 자라온 나는 이 지역에 와서 깜짝 놀란다. 셋 정도는 기본인 이 동네 아이들의 형제 관계를 보고, 조산사를 불러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친구를 보고, 주변의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은 수많은 이웃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아는 출산의 세계는 확장됐다. 하지만 막상 내가 임신을 하고 출산을 준비하다 보니, 출산의 세계는 다시 제왕절개와 무통주사라는 소위 ‘출산의 정답’들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황홀한 출산>
엘리자베스 데이비스, 데브라 파스칼리 보나로/ 정신세계사/ 1만 500원

 

책 《황홀한 출산》은 다시 나의 출산의 세계를 확장시켜 줬다. 주변에서 보고 들은 출산이야기보다 더 화끈하게 말이다. 무분별한 의료 개입을 지양하는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다루는 책들을 몇 권 더 읽었지만,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임신과 성, 출산과 성을 직접적으로 연결해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임산부들이 성(sex)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놀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적, 의학적인 근거를 들고, 또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들려주며 그 연관성을 이야기한다. 

‘여성의 일생에서 임신기에 가장 많이 분비되며 특히 출산의 순간 그 정점에 이르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출산을 돕는다. 옥시토신(그리스어로 ‘빠르게 태어남’이라는 뜻)이 충분히 분비돼야 출산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 성관계 등의 친밀한 유대감, 신체 접촉이 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이 책은 황홀한 출산을 위해 옥시토신이 어떻게 나의 몸에 넘쳐흐르게 하는지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출산을 촉진시키기 위해 남편과의 성관계, 자위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나는 내 몸으로 하는 일에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자연주의 출산을 경험한 한 산모의 말이다. 내 몸에 대한 통제를 풀고 내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 여성들은 자기 몸과 능력에 대한 신뢰와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 힘은 성적인 부분으로도 이어져 ‘출산은 여성이 주도하는 성적 경험’이 된다. 바깥 속 현실에는 여전히 고통스럽고 수술을 해야만 하는 출산스토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몸에 대한 신뢰와 힘을 얻는 ‘황홀한 출산’을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임신은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멋진 기회이다. 그리고 그런 엄마를 통해서 태아도 자신의 본능을 신뢰하고 만족감을 느낄 기회를 얻게 된다.’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고 나의 몸과 본능을 신뢰하는 것이 황홀한 출산을 통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첫 번째 선물 아닐까? 이상적으로 들리는 ‘황홀한 출산’. 하지만 그 경험을 한 사람들은 누구나 황홀한 출산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다른 이들의 출산의 세계도 넓게 확장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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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출산’을 위해 - 홍주일보

엄마의 출산이야기는 이후 자라면서도 나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죽을 뻔했던 애가 다행히 잘 살아남았다고, 인중이 길어서 목숨을 부지했다, 태어날 땐 그렇게 서두르더니 왜 이렇게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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