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릴레이 기고 2) 당사자인 우리가 할 일, 장정우/ 홍성신문 (2023-09-18)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이동호 당원님에 이어 장정우 당원님의 칼럼이 홍성신문에 실렸습니다.
두 분 다 글을 너무 잘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매 주 연재될 예정입니다.
당사자인 우리가 할 일
장정우 홍성녹색당 당원
8월 24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소금 사재기’ 뉴스 이후 신문 헤드라인에서 오염수 문제를 다룬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나의 생활 역시 평소와 같다. 김장을 위해 밭에 배추를 심고,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잡담을 나눴고,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분주하게 일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낼 때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오염수 투기 이후에도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 일을 나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본다. 나는 어부도 아니고, 바닷가에 사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수산물 시장의 상인도 아니고, 횟집 직원도 아니다. 나는 어린아이의 부모도 아니고 하다못해 해산물을 즐겨 먹는 사람도 아니다. 요컨대 나는 이 일의 ‘직접적인’ 피해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투기한 오염수는 전 세계 바다로 퍼지고 있다. 그리고 오염수가 바다로 배출된 그날 이후 어민들과 수산업 등으로 먹고사는 이들은 끝이 안 보이는 비수기를 맞이했고, 일반 시민들의 마음속에는 해산물에 대한 불안함이 싹텄다.
흑백 논리, 진영 논리가 판을 친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도 선 긋기에 바쁘다. 하지만 선은 정치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와 ‘나’ 사이의 거리를 재는 우리의 마음속에도 선이 있다. 이 선은 지금의 위기를 남의 일로 치부하여 우리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가드레일이 되어준다. 그렇게 우리는 ‘당사자’와 ‘당사자가 아닌 사람’으로 분리되고, 모두의 문제가 누군가의 문제로 축소된다.
오염수 문제가 어민들의 문제로 축소되자, 일부에서는 어민들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길 원한다’며 당사자의 목소리를 핑계 삼아 오염수 투기 문제를 잠재우려고 한다. 그러나 어민들이 지금 방류수를 처리수로 바꾸자고 하는 이유는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가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직접적인’ 피해를 본 (혹은 입을) 당사자가 아니기에, 8월 24일 이전과 같은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정말 당사자가 아닌가? 결국 시차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아직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 아니다. 몰라서든,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망각했든, 체념했든, 현실을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당사자’라는 것은 없다.
또한 동시에 우리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5일, 우리나라 통일부 장관은 “국민 모두가 주권을 행사하면 대한민국은 무정부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우리가 들었던 촛불을 기억해보자. 그러니 ‘당사자’이자 주체로서 지금의 암담한 현실에 충분히 절망하고, 슬픔을 친구들과 나누고, 분노하고, 다시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자. 후쿠시마 오염수는 나에게 닥친 일이자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우리가 바로 ‘당사자’이다.
http://www.h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734